남상준 아이젠교육원장 “야간자율학습 획일적… 학습 선택권 제약”

입력 2014-06-24 07:26

#인문계 고교 2학년 김명철(가명) 군은 자기계발 및 학업 성취도 향상을 위한 활동을 병행하고 싶지만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학교에서 시행 중인 야간자율학습이 큰 걸림돌이다. 자율학습을 빠지려면 학교에 납득할 만한 사유를 밝히고 면담을 진행해야 하는데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김 군은 “친구들 대부분이 사실상 강제적으로 이뤄지는 자율학습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고, 잠을 자는 등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부지기수다”고 말했다.

남상준 아이젠교육 원장(사진)은 제2, 제3의 ‘김 군’ 이야기를 매일 같이 접한다. 야간자율학습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학생이 드문 현실 때문이다. 남 원장은 “자율학습에 따른 부담 때문에 정규수업에 대한 의욕마저 잃고 있는 학생의 수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학교의 획일적 원리·원칙에 따라 학생들이 학습 선택권을 보장 받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학생들은 밤 9시까지 교실을 떠날 수 없다. “입시전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학교의 궁여지책인 거죠. 학생들은 등교 후 13시간 동안 120㎝짜리 책상에 앉아 있습니다. 몰입형 또는 자기주도 학습이 가능하다는 게 이상하죠. 어떤 학생은 ‘생활기록부에 흠이 생길까봐 싫어도 크게 반발하지 못한다’고 얘기해요.”

늦은 밤, 야간자율학습을 마친 학생들은 다시 학원가로 향한다. 주중에 학원을 다니기 여의치 않은 학생들은 주말을 이용한다. 학원은 토, 일요일 주말 집중제를 운영하며 학생들을 받고 있다. 새벽강의를 진행하는 학원도 있다. 새벽 5시30분까지 교복을 입고 학원으로 들어서는 학생들. 강의를 듣고 난 후엔 학원차를 타고 학교로 이동한다. “아이들의 정서는 피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교육비를 잡고자 하는 정부의 방식은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적용해야 할 텐데 변함이 없어요.”

야간자율학습 속에도 차별은 존재한다. 일부 학교는 전교 석차를 따져 반을 재배정하고 있다. “성적 상위 10% 학생들을 위한 전용 독서실 등을 운영하며 별도의 자율학습 시설을 마련해 놓은 학교들도 있습니다. 90%에 달하는 학생들은 이 같은 환경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학생 간 순위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되는 거죠. 아이들은 속으로 곪고 있는데 단순히 학습량을 늘리겠다는 식의 관리는 소용없습니다. 현실적이고 궁극적인 해법은 정작 우리 학생들 안에 있습니다.”

김성일 쿠키뉴스 기자 ivemic@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