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22사단 55연대 최전방 일반소초(GOP)에서 총기난사 사건을 일으킨 임모 병장이 사고 직전 같은 계급의 병장 1명과 조를 이뤄 주간 경계근무를 섰던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상·하로 계급을 나눠 한 조를 편성하는 통상적인 근무 방식과 다른 것이다. 임 병장이 사실상 병장 이하의 대접을 받았다는 해석이 나올 수 있어 사건 원인을 파악하는 데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사건 발생일인 21일 이 부대의 경계작전명령서를 근거로 "임 병장과 한 조를 이뤄 초소 근무를 했던 병사가 병장이었고, 현장에서 부상당했다"고 말했다. 현장 사상자 12명 중 계급이 병장인 병사는 쌍둥이인 김은현·김진현 병장뿐이다. 김진현 병장은 초소 안에서 부상을 입었기 때문에 남은 병사는 김은현 병장이다. 그가 임 병장과 한 조였던 것이 확인되면 범행 직전 상황과 동기 등에 대한 증언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육군에 따르면 통상적인 경계근무 방식은 '병장-일병', '상병-이병' 식으로 상·하 계급 1명씩이 한 조를 이룬다. 근무가 위계질서에 따라 안전하게 이뤄질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임 병장은 김 병장과 한 조를 이뤄 자기 계급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군 일각에서는 임 병장이 '계급 열외' '왕따' 등을 당했을 가능성이 거론돼 왔다. 임 병장이 본인 근무시간이 아닌데 투입됐을 수도 있다.
총기난사 때 다른 병사들의 반격이 전혀 없었던 점도 의문이다. 임 병장을 포함해 현장에 있던 8명의 병사는 교대 근무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전원 무장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임 병장이 수류탄을 던지고 사격을 가하는 동안 대응 사격은 이뤄지지 않았다.
관련 증언에 의하면 8명이 삼거리에 모인 상황에서 현장 책임자는 총격을 받고 사망한 분대장 김영훈 하사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하사가 총격을 받음에 따라 분대 전체가 무력화됐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 하사는 부임 1개월 차에 의욕적으로 복무하던 중 변을 당했다. 소초장 정모 중위는 야간 당직으로 사고 당시 자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사고 당시 임 병장과 다른 부대원이 다퉜는지, 부대 간부가 임 병장에 가혹행위를 했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경계태세 '진돗개 하나'가 사고 발생 두 시간 이후 발령된 점, 민가 인근에서 총격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대피령이 뒤늦게 내려진 점 등도 군의 위기관리 능력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임 병장이 체포된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마차진리 7번국도 인근은 민간인통제선 이남 지역이다.
군 병력에 포위됐던 임 병장은 결국 자살을 시도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오후 2시55분쯤 임 병장을 생포했다"며 "총으로 자신의 왼쪽 심장과 어깨 사이를 쐈다"고 말했다. 임 병장은 강릉아산병원으로 옮겨져 폐 절제 수술을 받았으며 수술이 잘 끝나 중환자실에서 회복 중이다.
유동근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GOP 총기 난사-단독] 임 병장, 병장과 한조 근무… 일병대접 받았나
입력 2014-06-24 07:26 수정 2014-06-24 04: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