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극장가 ‘초대형 사극’ 자존심 전쟁

입력 2014-06-25 02:49 수정 2014-06-25 15:08
올여름 거대 배급사들의 자존심 대결이 펼쳐진다. 200억원에 육박하는 대형 프로젝트, 그것도 사극으로 맞붙는다. 국내 빅3 투자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가 일주일 간격으로 사활이 걸린 프로젝트를 선보이는 건 처음이다.

극장 최대 성수기인 7∼8월, 이때 극장을 찾는 관객은 2000만명에 이른다. 지난해 ‘설국열차’가 그랬듯 이 시기를 평정한 영화가 그해 한국영화의 대표작이 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봉 예정인 세 편 모두 감독·배우·소재면에서 눈길을 끄는 기대작이다. 여름 극장가를 뜨겁게 달굴 대형 사극 세 편을 미리 만나본다.

◇액션 활극 ‘군도: 민란의 시대’=첫 포문은 ‘군도’(쇼박스·7월 23일 개봉)가 연다. 양반과 탐관오리의 착취가 극에 달했던 조선 철종 10년을 배경으로 의적과 탐관오리의 대결을 그린 액션 활극이다. 순제작비만 135억원, 총제작비까지 포함하면 170억원이 들었다.

감독은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2011)의 윤종빈, 주연 배우는 하정우와 강동원이다. ‘충무로 대세남’ 하정우는 의적 역을 맡아 연기 인생 첫 삭발투혼을 펼쳤고, 탐관오리역의 강동원은 이 영화로 제대 후 4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왔다. 그 외 이성민, 조진웅, 마동석, 윤지혜, 김성균, 정만식 등 충무로의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출연한다.

최근하 쇼박스 홍보팀 과장은 “하정우 강동원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고 윤종빈 감독에 대한 믿음도 크다”며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살아있는 한국판 ‘어벤져스’이자 이제까지 볼 수 없는 액션 활극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명량: 회오리 바다’=‘명량’(CJ엔터테인먼트·7월 30일 개봉)은 1597년 임진왜란 말기 이순신 장군이 혁혁한 공을 세운 명량해전을 소재로 한다. 순제작비는 150억원, 총제작비는 190억원에 이른다. 충무로 대표 배우 최민식과 류승룡이 이순신 장군과 왜군 장수 역을 맡았다. 조진웅, 진구, 이정현 등이 이들과 호흡을 맞췄다.

단 12척의 배로 330척에 달하는 왜군의 공격에 맞서 싸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전쟁을 담았으며 바다를 배경으로 한 화끈한 전투신이 주 무기다. ‘최종병기 활’(2011)로 주목을 받은 김한민 감독의 작품이라 기대감을 갖게 한다.

윤인호 CJ엔터테인먼트 홍보팀장은 “기존에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바다를 배경으로 한 장쾌한 전쟁 장면,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이순신 장군의 위대한 전술, 장군의 고뇌와 카리스마를 훌륭하게 연기한 최민식의 연기력 3박자가 고루 갖춰진 영화”라고 설명했다.

◇‘해적: 바다로 간 산적’=‘해적’(롯데엔터테인먼트·8월 6일)은 옥새를 삼킨 고래를 추적하는 이야기. 조선 건국 보름 전 고래의 습격을 받아 국새가 사라진 전대미문의 사건을 둘러싸고 이를 찾는 해적과 산적, 그리고 개국세력이 벌이는 바다 위 대격전을 그렸다.

주인공은 손예진과 김남길. 여기에 유해진, 오달수, 박철민, 이경영, 설리 등의 조연진도 막강하다. ‘댄싱퀸’(2012)의 이석훈 감독이 연출했다. 순제작비 135억원, 총제작비는 170억원에 이른다.

임성규 롯데엔터테인먼트 홍보팀장은 “바다를 배경으로 한 스펙터클한 액션은 물론 웃음 코드까지 담아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라며 “올해 칸영화제 필름 마켓에서도 한국영화 중 가장 많이 팔린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영화계 성수기인 7, 8월에 대작들이 쏟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대작을 만들려면 현대극보다는 시대극, 사극이 유리하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광해, 왕이 된 남자’ ‘관상’ 등의 성공으로 사극의 흥행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한 이유”라고 분석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