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TV홈쇼핑 업계 3위인 롯데홈쇼핑이 사장부터 임원, 현장 실무자까지 상하 모두 뒷돈과 상납의 부패 사슬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소기업의 경쟁력 향상과 소비자 편의를 목적으로 도입된 TV홈쇼핑이 고질적 ‘갑을(甲乙) 관계’ 때문에 소속 임직원들의 잇속을 채우는 도구로 악용돼 왔다는 게 검찰 수사 결론이다.
롯데홈쇼핑 납품비리를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서영민)는 신헌(60) 전 롯데쇼핑 대표 등 전·현직 임직원 7명과 ‘로비형’ 벤더업체(상품공급업체) 대표 등 8명을 구속기소하고, 10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영세 납품업체 대표 6명은 약식 기소했다.
신 전 대표는 홈쇼핑 상품 론칭과 백화점 입점 등의 뒤를 봐주는 명목으로 거래업체 3곳으로부터 1억3300만원가량의 금품을 챙긴 혐의다. 그는 상품 카탈로그 제작업체 대표에게 이왈종(69) 화백의 그림(‘제주의 중도’·2000만원 상당)을 뇌물로 받기도 했다. 또 이모(51) 경영지원부문장 등이 사옥 인테리어 공사비용을 부풀려 마련한 비자금 2억2600만원을 상납받은 혐의도 있다.
영업 분야 임직원들은 상품 황금시간대 편성, 방송 횟수 등 편의 제공 대가로 적게는 1400만원에서 많게는 9억8410만원까지 뒷돈을 챙겼다. 이모(48) 전 생활부문장은 아들과 아버지뿐 아니라 전처(前妻)의 계좌까지 동원해 돈을 받았다. 그는 납품업체 측에 전처의 생활비를 매달 300만원씩 대납할 것을 요구하고,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자 독촉 전화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건강식품 구매담당자(MD)로 일했던 정모(42)씨는 부친의 도박 빚 해결을 목적으로 납품업체로부터 현금 1억5000만원을 뜯어냈다. 전직 수석 MD 하모(48)씨는 주식투자 종목을 소개받았다가 손실이 나자 납품업체에 주식을 비싸게 되팔아 4000만원을 돌려받았고, 1200만원이 들어 있는 예금통장도 뇌물로 챙겼다. 하씨는 홈쇼핑에 게스트로 출연하는 요리사에게까지 뒷돈 1530만원을 받기도 했다.
벤더업자 중 유일하게 구속 기소된 김모(41)씨는 납품업체 13곳을 홈쇼핑 측과 연결해 주고 매출액의 3∼5%를 수수료로 뗀 뒤 이 중 5억6700만원을 다시 로비에 썼다.
검찰은 허가된 홈쇼핑 채널이 6개에 불과해 독과점적 시장이 형성된 반면 납품을 원하는 업체는 절대 다수이다 보니 이 같은 구조적 비리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납품을 하고 좋은 시간대를 배정받으려면 홈쇼핑업체 모든 직급에 로비가 필요한 구조”라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현장 실무진부터 사장까지… 롯데홈쇼핑 ‘뒷돈 쇼핑’
입력 2014-06-24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