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기자의 워크홀릭] 황금 물결 계곡에 꼭꼭 숨은 ‘나만의 섬’… 삼척 덕풍계곡

입력 2014-06-24 02:17
제2용소의 하이라이트는 덕풍 계곡 위에 자리한 하얀 섬이다. 허리춤에 차는 물 속을 헤쳐들어가면 핀조명을 비춘 공연장 속 주인공이 된다.
제1용소는 검은빛을 띨 정도로 깊다. 그 옆으로 밧줄에 의지해 살금살금 이동해야 한다.
본격적인 계곡 트레킹은 가곡면 계곡 입구부터 5.5㎞ 남짓 임도를 걸어 들어와야 닿는 덕풍산장에서부터 시작이다. 목재로 멋들어지게 지은 덕풍산장을 뒤로 하고 나아가면 하늘에 닿은 봉우리를 조각칼로 섬세하게 깎아놓은 협곡 안으로 들어서게 된다. 바위벽에 철제 난간이 길게 뻗어있다. 이전에는 발디딤을 찾아가며 바위벽을 더듬었을 길이다. 찾는 이들이 늘어남에 따라 사고도 잦아지자 삼척시에서 안전시설물을 설치해 쉽고 안전하게 트레킹을 즐길 수 있게 됐다. 가족단위 나들이라면 1시간 거리인 제1용소까지가 적합하고, 제2용소까지는 2시간 남짓 걸린다.

◇산이 높으니 골도 깊어라= 아름다운 계곡은 산이 높아 그 품이 깊으며, 숲이 좋아 물을 콸콸 쏟아낸다. 응봉산(999m)과 중봉산(739m)이 어깨를 맞대 빚어낸 덕풍계곡이야말로 이 조건에 꼭 들어맞은 곳이다. 푸름에 한껏 젖어든 협곡 사이로 황금빛 물결이 흘러넘치는 계곡으로 빨려들 듯 걸음을 옮기다보면 나도 모르게 아∼! 입 딱 벌리며 길게 탄식이 터진다.

바닥의 돌멩이 하나, 피라미의 지느러미 움직임까지 또렷이 들여다보이는 계곡물이 황금빛인 것은 바닥에 쌓인 낙엽 때문이라고 한다. 하얗고 깨끗한 바위는 햇볕 아래 눈이 부시다. 바위벽 좌우로 난 길을 따라도 좋고 계곡물 얕은 곳을 첨벙첨벙 대며 가로질러도 좋다. 제1용소는 작은 폭포지만 물소리가 제법이라 몇 걸음 떨어진 일행의 목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을 정도다. 폭포 바로 아래는 바닥이 가늠되지 않을 정도로 검은 빛을 띠는 깊은 소가 있다. 그 옆 바위를 밧줄에 의지해 살금살금 이동해야 하는데 그 짜릿함이 청룡열차에 비할 바가 아니다.

◇나 역시 자연이 빚은 그림이어라= 제2용소로 가는 길은 다소 험난하다. 밧줄에 의지하고 스템플러 심 같은 철 계단을 밟고 기어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가는 길이 어려울수록 보상처럼 풍경은 더욱 더 수려해진다. 이쯤 되면 사방팔방 카메라를 들이대기만 해도 작품 사진을 건질 수 있다. 다만 계곡이 좁아지는 곳은 수심이 얕아도 물살이 제법 세기 때문에 사진 찍는데 정신이 팔려 무심코 발을 옮기다 보면 카메라와 함께 계곡물에 풍덩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

제2용소의 하이라이트이자 포토 스팟은 계곡 속에 자리한 하얀 섬이다. 핀조명을 비춘 공연장 같기도 하다. 허리춤에 차는 물 속을 헤쳐 들어가면 주변 풍경 속에 자연스레 어우러진 나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나 역시 자연의 일부 아닌가.

글 김 난, 사진 윤성중 쿠키뉴스 기자 na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