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P 총기 난사] “나는 어차피…” 자포자기 임 병장, 아버지 설득에 흔들

입력 2014-06-24 02:54
동부전선 최전방 일반소초(GOP)에서 총기 사건을 자행한 임모 병장이 최악의 순간에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했던 사람은 아버지였다. 국방부에 따르면 사건 발생 사흘째인 23일 오전 8시20분 군의 포위선 내에 있던 임 병장은 “아버지가 보고 싶다”며 통화를 원했다. 오전 8시40분 임 병장은 군이 던져준 휴대전화로 아버지와 통화했다.

사고 소식을 접하고 21일 밤 곧바로 부인과 함께 부대로 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초조한 마음으로 2박3일을 보낸 아버지 임모(55)씨는 휴대전화를 통해 흘러나오는 아들의 목소리를 듣고 투항을 권고했다. 임 병장은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걱정으로 군에 잡히면 사형되는 것이 아니냐고 걱정했다. “사형당하는 것 아니냐,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아버지 임씨는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득했다. 임 병장의 아버지와 어머니, 형은 군부대에 머물다 이날 오전 11시25분쯤 대치 현장에 도착했다.

임 병장은 당시 7∼8m 떨어진 지역에서 투항을 권고하는 특공연대 중대장, 703특공연대장, 8군단 헌병대장 등과 이야기를 주고받는 상황이었다. 군은 심리적으로 극히 불안한 상태에 있는 임 병장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비무장 상태로 접근했다고 밝혔다.

임 병장은 “아버지 어머니 억장이 무너진다. 그만두고 자수하라”는 아버지와 형의 거듭된 투항 권고에도 “어차피 엄청난 일을 저질러 돌아가면 사형”이라며 거부했다. 하지만 계속된 가족의 설득에 마음이 흔들린 듯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2시간여가 흐른 뒤 임 병장은 종이와 펜을 요구해 건네받았다. 다시 20여분이 흐른 뒤 임 병장은 자신의 소총으로 자해했다. 비록 궁지에 몰린 임 병장이 자해를 택하기는 했지만 더 이상의 저항을 하지 않은 점 등으로 볼 때 아버지의 설득이 주효했던 것으로 군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군은 임 병장을 설득하기 위해 21일부터 심리전에 들어갔다. 군은 임 병장 어머니의 목소리를 녹음해 확성기로 틀어주며 도주 중인 임 병장의 투항을 권고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걱정하고 있는 가족의 설득을 통해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막겠다는 의도였다. 절망적인 상황에 처하게 되면 마지막으로 의지하게 되는 가족의 힘을 빌린 것이다. 임 병장이 생포되자 임 병장의 부모는 “아들에 대해 인내심을 가지고 살리려고 노력한 데 대해 고맙고 감사한다”며 눈물을 흘렸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