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산시스템 교체로 내홍을 겪고 있는 KB국민은행 이사회가 현재 계약을 맺고 있는 한국IBM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기로 의결해 국민은행 사태가 더욱 꼬여가고 있다.
국민은행 이사회는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임시이사회를 열고 “한국IBM과 IBM의 가격 정책이 독점적 형태를 띠고 있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보고 신고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사회 측은 “은행 IT본부에 따르면 국민은행이 IBM에 수차례 계약 연장 조건에 대해 얘기했음에도 응답이 없다”고 지적했다. 기존 계약이 유지될 경우 국민은행은 계약기간 만료일인 내년 7월까지는 매월 26억원의 사용료를 내지만 이후엔 89억원을 지불해야 한다.
사외이사들은 이날 이사회를 마치고 차기 주전산기 선정을 둘러싸고 벌어진 논란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사외이사진은 “이번 사태는 IBM 한국대표가 은행장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이사회 개최 전 IBM 측이 행장에게 보낸 메일에 IBM의 메인프레임 가격을 전년 제안가보다 낮춰 제안했고, 상임감사위원이 이를 바탕으로 IBM을 배제할 경우 배임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나오면서 유닉스 전환 전면 백지화를 주장해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또 선정 과정이 2012년부터 내외부 검토를 통해 이뤄져 문제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본질은 어떤 시스템을 선택하느냐가 아니라 내부에서 해결돼야 할 의사결정 과정의 갈등이 봉합되지 못했다는 데 있다. 국민은행의 내부통제시스템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권에는 IBM의 메인프레임 시스템에서 유닉스 시스템으로 전환한 곳도 많다.
실제 이번 임시이사회도 은행 임원이 배제된 채 사외이사들 중심으로 추진됐다. 경영진과 사외이사 간 갈등의 골이 아직 깊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더불어 국민은행 법무실도 사외이사들의 결정에 반하는 의견을 내놨다. 법무실은 법률 검토결과 “이번 건은 신고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외이사들은 별도로 외부 법률자문을 구해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
“한국IBM 공정위 신고”… KB사태 점입가경
입력 2014-06-24 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