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한국과 알제리의 경기가 열린 23일 새벽 서울 거리 곳곳은 승리를 기원하는 ‘붉은 물결’로 넘쳤다. 광화문광장 3만9000명, 코엑스 앞 영동대로 2만2000명, 신촌 연세로 1만1000여명 등 서울에만 7만2000여명이 모였다. 그러나 한국팀이 전반에만 3골을 허용하자 일부 시민들은 경기 중간에 자리를 뜨며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전반전, 거리엔 탄식만 가득=전반 26분, 알제리가 첫 골을 터뜨렸다. 응원 거리 곳곳에서는 탄식이 터졌다. 2분 만에 알제리에 추가골을 내주자 시민들은 “집에 가자” “안돼”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전반 38분 세 번째 골이 골문을 흔들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시민도 눈에 띄었다. 광화문광장을 메웠던 3만9000명의 시민들은 후반전에 이르러 약 3만명으로 줄어들었다. 자정부터 4시간을 기다렸다는 김예준(20)씨는 “벌써 세 골이 들어가 너무 화가 난다”며 경기 시작 45분 만에 자리를 떠났다.
신촌 연세로에서도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전반전이 끝나자 응원석 뒤쪽 인원 상당수가 빠져 나갔다. 후반 5분 우리나라의 첫 골이 들어가자, 침울하던 거리에 환호성이 울렸다. 그러나 곧이어 알제리의 네 번째 골이 들어가면서 환호는 오래가지 않았다. 곳곳에서 시민들이 일어나 걸음을 돌렸고, 후반 27분 터진 한국의 두 번째 골도 분위기를 바꾸지 못했다. 대학생 한승직(22)씨는 “한국팀이 긴장을 하지 않는 것 같아 경기가 별로 재미없다”며 “어차피 질 것 같고 곧 지하철 첫차도 다니니 집에 가겠다”고 말했다. 새벽 동안 내린 가랑비에도 식을 줄 모르던 응원 열기는 대표팀의 ‘졸전’에 빠르게 식었다.
◇졸전에도 빛난 시민의식=경기가 끝나고 사람들이 떠난 거리 곳곳은 거대한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지만 많은 시민들이 남아 자리를 정돈하며 거리 청소를 도왔다. 강남구청과 종로구청은 현장에서 쓰레기봉투 수백장을 무료로 배포했다. 경기 종료 직후엔 환경미화원과 구청 청소과 직원들이 살수차와 청소차를 동원해 뒷정리에 나섰다. 응원단 측은 방송을 통해 “지금 곳곳에서 쓰레기봉투를 나눠주고 있다”며 “질서 있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당부했다.
텅 빈 연세로에도 신문지와 전단, 응원도구, 맥주캔 등이 어지럽게 흩어졌고 한쪽 인도엔 쓰레기가 수북하게 쌓였다. 경기 종료 후 쓰레기를 버릴 곳이 없었던 탓이다. 신촌역 근처에는 성인 남성 허리 높이까지 쌓인 쓰레기 더미가 15개가 넘었다.
일부 시민들은 자비로 쓰레기봉투를 구입해 거리를 청소했다. 대학생 노연경(23·여)씨 등 3명은 전반전이 끝나자 편의점에서 100ℓ들이 쓰레기봉투 3개를 사들고 거리로 돌아왔다. 노씨는 “주최 측이 쓰레기봉투를 지급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동대로에서 응원을 마친 대학생 김모(22)씨와 장모(23)씨는 경기 후 거리에 나뒹구는 쓰레기를 미리 챙겨온 비닐봉지에 담으며 청소를 도왔다. 김씨는 “경기 끝나고 청소하는 사람들이 보여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월드컵 알제리전 거리응원… ‘아~’ 곳곳서 탄식, 맥빠진 대~한민국
입력 2014-06-24 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