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이 집계한 한국-알제리전 기록을 살펴보면 전반 내내 끌려다닌 한국 축구대표팀의 경기 내용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후반 들어 공격이 살아난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전반에만 3골을 내준 충격을 회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전반 경기 내용이 승패를 갈랐다.
◇전반전 슈팅 제로(0)=알제리는 초반부터 공세를 펴며 한국을 압도했다. 23일(한국시간) 포르투알레그리의 베이라히우 경기장에서 열린 조별리그 H조 2차전 경기에서 전반 15분까지 알제리의 볼 점유율은 62%, 한국은 38%였다.
한국은 전반 30분 점유율을 43%까지 끌어올렸지만 이미 전반 26분과 28분, 이슬람 슬리마니와 라피크 할리시에게 잇따라 골을 내준 뒤였다. 10분 뒤 전반 38분에는 압델무멘 자부에게 또 추가골을 허용했다. 한국은 꾸준히 점유율을 높여 전반이 끝났을 때는 47%를 겨우 기록했다.
하지만 한국은 볼 점유율 회복에 집중하는 사이 전반에 단 한 차례 슈팅조차 시도하지 못했다. 6번의 크로스를 올리고 1번의 코너킥, 7번의 프리킥 기회를 잡았지만 제대로 된 공격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반면 알제리는 12번의 슛을 했고 이 중 6번을 한국 골대 안쪽으로 날렸다.
패스 성공률도 전반에 한국이 뒤처졌다. 알제리가 226회 패스를 보내 81% 성공시키는 동안 한국은 195회 패스, 71% 성공률을 보였다. 한국이 패스를 더 적게 시도했으면서도 성공률까지 낮았던 것이다.
◇때늦은 후반=후반 5분 손흥민의 첫 추격골과 12분 김신욱의 교체 투입, 15분 기성용의 골대 중앙을 공략한 중거리슛이 이어지면서 경기 흐름은 한국 쪽으로 차츰 기울었다. 한국의 공격이 이어지면서 볼 점유율은 후반 15분 50%대로 올라갔다.
후반 30분이 지나자 한국의 점유율은 52%로 상승했다. 그사이 후반 17분 알제리의 야신 브리히미가 또 골을 넣었지만 10분 뒤인 후반 27분 구자철이 한 골을 만회했다.
한국은 후반에만 9번의 슛을 시도했다. 6번이 알제리 골문으로 향한 유효슈팅이었다. 코너킥과 프리킥도 후반에만 각각 6번, 10번을 추가로 얻어냈다. 반면 알제리는 후반 유효슈팅 2회를 포함한 3번의 슈팅을 시도했다.
후반 패스도 한국이 우위를 점했다. 266번의 패스 중 82%가 팀 동료에게 연결됐다. 알제리는 패스 시도 232번, 성공률 64%에 그쳤다.
경기가 종료됐을 때 볼 점유율은 한국이 53%로 알제리(47%)를 제쳤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고 결과는 2대 4 참패였다.
◇크로스·태클은 강화됐지만… =수치상으로는 1차전 때 지적됐던 크로스와 태클이 강화됐다. 하지만 내용면에서는 뛰어나지는 않아 정작 결실을 맺지는 못했다.
한국은 크로스를 27번 올렸다. 알제리의 18번보다 많았고 지난 18일 러시아전 때 시도했던 12번의 배 이상이었다. 적어도 기록상으로는 한국이 측면 침투 이후 제공권 장악에 노력을 쏟아부은 셈이다.
태클 시도도 한국이 23번으로 러시아와의 경기에서 나왔던 13번보다 많았다. 특히 알제리의 전반 파상 공세를 막아내면서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수비를 편 결과다. 다만 태클 성공이 6번에 불과했고, 파울은 1차전 7개에서 13개로 늘어난 데다 옐로카드까지 2장 나온 점이 흠이었다. 아울러 알제리도 우리에게 25번의 태클을 시도했다.
알제리는 좌우 측면 공격이 전체의 85%에 달해 “2선 측면침투를 차단하라”던 홍명보 감독의 특명이 무색해진 결과가 나왔다. 알제리 중앙 공격 비율은 15%에 불과했다. 한국은 우측면 공격이 42%로 가장 많았고 중앙 34%, 좌측면 24% 순이어서 지난 경기 양상(우 54%·중 23%·좌 23%)과 비교해봤을 때 상대적으로 중앙 공격이 늘었다. 선수들의 총 활동량은 한국 112.9㎞, 알제리 113.8㎞로 알제리가 근소하게 앞섰다.
◇가장 많이 뛴 구자철, 최고 평점 손흥민=한국 대표팀의 주장 구자철은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이 뛴 선수로 기록됐다. 전·후반 총 11.89㎞의 거리를 달렸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기성용이 10.85㎞, 이용이 10.78㎞로 뒤를 이었다. 알제리에서는 나빌 벤탈렙이 11.66㎞, 이슬람 슬리마니가 11.54㎞를 뛰며 경기장을 가장 많이 누볐다.
한 축구전문 사이트는 이례적으로 대패한 팀 선수에게 최고 평점을 부여해 눈길을 끌었다. 영국의 후스코어드닷컴은 월드컵에서 데뷔골을 신고한 손흥민에게 8.8점을 줬고, 선제골을 터뜨려 승리를 이끈 슬리마니에게는 8.7점을 매겼다. 한국에서는 구자철이 7.3점으로 손흥민 다음으로 높았다.
이 밖에 김신욱 7.0점, 이청용 6.8점, 이근호 6.7점 등 박주영(6.4점)을 제외한 공격진은 한국팀 14명 평균 6.6점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최하점을 받은 골키퍼 정성룡(4.8점) 등 수비진은 평균 이하로 지적됐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FIFA 기록으로 살펴본 한국-알제리전… 38분 만에 3골 ‘와르르’멘탈도 무너졌다
입력 2014-06-24 0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