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낙제점을 맞아 기관장 해임 건의 대상이 된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전을 불사하고 나섰다.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시행된 이래 30년간 공공기관이 결과에 불복해 법정다툼에 나서는 것은 처음이다.
남궁민 KTL 원장은 2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경영평가에 이의를 제기한 것 때문에 기획재정부가 괘씸죄를 뒤집어씌우는 것”이라며 “불복하면 기관장을 잘라버린다는 메시지를 전체 공공기관에 보내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남궁 원장은 대통령에게 경영평가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탄원서를 보냈고 감사원 감사를 청구한 상태다. 평가 결과가 정식 통보되면 행정심판 및 행정소송도 제기할 방침이다.
KTL은 2012년 경영평가에서 D를 받은 데 이어 지난 18일 발표한 2013년 평가에도 D를 맞아 기재부의 해임 건의 대상이 됐다. KTL은 제품 시험과 품질 시스템 심사 등을 통해 기업이 KC마크 등 국내외 인증을 획득하도록 지원하는 기관이다.
기재부는 “비정규직 인건비가 증가하는 등 전반적인 경영실적이 하락했고 기관 규모나 인력에 비해 방대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사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사유로 낙제 등급을 매겼다. 그러나 KTL은 자체 수입이 늘어나 재정자립도가 증가했고 시험인증 수요가 급증해 기재부에 지속적으로 정규직 인력 증원을 요청했으나 동결돼 불가피하게 비정규직을 늘렸다고 반박했다.
남궁 원장은 2012년 D등급을 받자 지난해 9월 행정심판을 청구했다가 지난 1월 철회와 함께 사의를 밝힌 상태다. 그는 “사표를 수리하면 그만인데 해임 건의를 한다는 것 자체가 경영평가 불복에 대한 보복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경영평가단이 평가했기 때문에 기재부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며 “비정규직 문제도 이미 확정된 편람에 따라 다른 공공기관과 같은 기준에서 평가했다”고 말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2년째 경영 낙제점 매긴건 정부 보복”… 산업기술시험원 초유의 소송전
입력 2014-06-24 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