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P 총기 난사] “우리 아들, 안부 물으면 매번 잘 지낸다더니…”

입력 2014-06-24 03:29

“매번 잘 지낸다고 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매번 되풀이되나요.”

동부전선 육군 최전방 일반소초(GOP) 총기난사 사건 이후 해당 부대가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는 GOP에 근무하는 자녀를 둔 부모들의 걱정과 위로가 한가득 쏟아졌다. 이들은 아들이 안전하다는 소식에 가슴을 쓸어내리면서도 22사단의 반복되는 사고에 불안함을 내비쳤다.

11중대 13소초 소속 A병장의 어머니는 사고 당일 오후 4시쯤 “GOP의 우리 아들들 지켜주세요”라는 글을 올렸다(화면 캡처). 11중대 13소초는 GOP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곳이다. 그는 “부리나케 소식을 전해주며 걱정해준 가족과 지인들에게 감사하다”면서도 “고인이 된 아들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갑자기 아들을 잃은 부모님들에게도 정말 죄송하다”고 몇 번을 미안하다고 적었다.

글 곳곳에는 자식 걱정이 가득했다. 그는 “상처받으며 그곳에서 지내는 우리 아들들이 너무 힘들고 마음 아프고 고통스러울 텐데 어떡해야 하느냐”며 “같이 밥먹고 근무 서고 잠자던 전우들의 빈자리를 보면서 어떻게 지낼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아들들이 고통스러운 현장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을지 살펴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제 아들에게 ‘그곳은 어떠냐’고 물으면 매번 ‘잘 지낸다. 별일 없다’고만 했는데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며 “임 병장이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랬는지 간절히 묻고 싶다”고 말했다. 또 “GOP의 근무 상황이 문제될 만큼 열악한지, 심리적으로 힘든 상황인지 너무나 궁금하다”고 말했다.

23일 오후 3시쯤 이 어머니가 쓴 글에는 위로의 댓글 27개가 달렸다. 11중대 11소초 B상병의 어머니는 “매일 얼굴을 보면서 한솥밥을 먹던 전우들의 죽음과 그 장소를 목격한 아들들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며 “사고 장소에 있는 아들들의 2차 사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라고 주장했다. 10중대 6소초 C병장의 아버지도 “힘든 업무로 스트레스에 약한 병사들이 많이 힘들어해 우발적 행동을 하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9중대 3소초 D일병의 어머니도 “어떤 경우라도 감싸주고 싶은 마음이 부모 마음”이라며 “이 마음이 고인이 된 아들들과 고통 속에서 힘들어하는 아들들에게도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부대 신병교육대대 등의 인터넷 카페에서도 가족들의 걱정과 관심의 글들이 이어졌다. 신병교육대대를 졸업한 E일병의 누나는 22일 밤 “동생으로부터 무사히 잘 있다는 전화를 방금 전에 받았다”며 “야간조로 투입된다고 들었는데 걱정된다”는 글을 올렸다. 이어 “통신병이라 무전기를 들고 다니는 줄 알았는데 총을 들고 투입된다더라”며 “빨리 이 사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훈련병의 어머니는 “엄마 안부 편지가 너무 늦어 우리 ○○이도 많이 서운했겠다. 너를 위해 새벽기도 열심히 나간다”며 아들을 걱정했다. 또 다른 훈련병의 어머니도 “뉴스를 보는데 눈물이 났다. 모두가 내 자식 같고 이런 일을 겪지 않아도 되는데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강릉=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