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은 국민 개개인의 건강보험료를 산정해 부과하고 이를 걷어 집행한다. 김종대 건보공단 이사장은 이 기본적인 업무를 하면서 “양심의 고통을 느껴 왔다”고 말했다. 그는 23일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옛말에 병은 널리 알리라고 했다. 현재의 불공정한 건보료 부과체계는 건강보험의 치부(恥部)다. 건강보험이 병에 걸렸으니 이를 알리려는 것”이라며 말을 꺼냈다.
-양심의 고통을 느낀다고 했는데.
“지난주 대구북부지사에 가서 이런 사례를 봤다. 대구에서 1억4000만원 전세 사는 사람인데 경북 봉화에 시골집과 땅 200평이 있었다. 돈이 없어서 이걸 모두 300만원에 팔았다. 그랬더니 건보료가 3배로 뛰었다. 재산이 줄었는데 건보료를 오히려 더 내야 하는 거다. 지역가입자는 건보료 책정 때 재산을 반영하는데 부동산 자동차 같은 게 없으면 전세금액을 기준으로 한다. 300만원짜리 집과 땅에 부과하다 1억4000만원 전셋돈에 부과하니 건보료가 껑충 뛴 거였다. 이게 말이 되느냐. 그 가입자가 이런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겠나.”
김 이사장은 ‘송파 세 모녀’ 사건도 예로 들었다. 세 모녀는 집도 소득도 없는데 월세 38만원과 가족 수에 건보료가 부과돼 매달 5만1000원씩 내야 했다. 반면 집을 2채 이상 가졌는데도 ‘직장피부양자’ 등의 자격을 얻어 건보료가 부과되지 않는 사람이 120만명이다. 이 중 46만7000명은 종합소득까지 있는데도 건보료를 안 내도 된다. 집이 92채인데 면제되는 사람도 있다. 건보료 걷는 입장에서 이런 상황이 양심에 찔린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공단에 접수된 민원이 모두 7160만건인데 그중 5730만건이 이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현재 직장·지역가입자와 피부양자에게 적용되는 7가지 부과기준을 ‘소득’ 중심의 한 가지로 통일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부과체계 정비를 왜 지금 해야 하는 건가.
“건보료를 6개월 이상 체납한 사람이 157만명이다. 액수는 2조3000억원. 대부분 송파 세 모녀 같은 생계형 체납자다. 68%가 월 5만원 이하인데 못 내고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돈 안 냈다고 진료 안 해줄 수 있나. 그래서 나가는 진료비가 연간 3조8000억원이다. 건보 재정에 매년 6조원 구멍이 생기는 셈이다. 월 5만원 못 내는 사람한테는 5만원이나 부과하면 안 되는 거였다. 불공정한 부과체계가 생계형 체납과 숱한 민원을 양산해 전 국민을 위한 건강보험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우리보다 소득파악률이 떨어지는 대만도 철저히 소득 위주로 건보료를 부과한다”며 “우리도 소득 단일 기준으로 하든, 소득 중심에 최저 보험료를 두든, 소득에 재산까지 고려하든 부과기준만큼은 동일하게 바꿔서 형평성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건보공단의 부과체계개선기획단이 지난 13일 제시한 방안처럼 소득 중심 부과체계로 바꿀 경우 전체 가입자의 28%는 건보료가 오른다. 이들의 반발을 피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어서 보건복지부는 개편에 소극적이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준을 소득으로 쉽게 일원화하면 좋겠지만 소득 파악이 가능한지, 퇴직·양도소득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해 답이 나와야 한다. 쉽게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기획단은 개선안 도출 일정을 다시 9월로 미룬 상태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불공정한 건보료 부과, 양심에 고통”
입력 2014-06-24 0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