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P 총기 난사] 밤샘 대치에서 체포까지… 생포 위해 포위망 구축한 채 10m까지 압박

입력 2014-06-24 02:54

지난 21일 오후 8시15분 강원도 고성군 22사단 최전방 일반소초(GOP)에서 총기를 난사하고 달아난 임모(22) 병장을 23일 오후 2시55분에 생포하기까지 42시간40분이 소요됐다. 임 병장의 총격으로 5명이 숨지고 7명이 다친 데 이어 수색 및 체포 과정에서도 2명의 장병이 총에 맞아 병원으로 후송됐다. 민간인으로의 2차 피해는 최소화했지만 현지 주민들이 대피소동을 벌이고 아들을 군에 보낸 가족들이 불안에 떠는 등 많은 이들이 ‘6월의 악몽’에 시달려야 했다.

◇조용했던 밤샘 대치, 오전 8시부터 접촉 시작=군은 전날 오후 2시쯤 고성군 제진검문소 인근 숲에서 임 병장을 발견한 이후 숲 전체를 에워싸 포위 작전에 들어갔다. 오후 2시23분에는 임 병장과 체포조가 교전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김모 중위가 팔에 관통상을 입었다. 이때부터 군은 무리한 검거보다 포위 및 투항을 유도하는 작전에 치중했다.

군은 날이 저물면서부터는 아군끼리의 오인 사격을 우려해 일체의 검거 작전을 중단한 채 포위망을 유지했다. 오후 11시쯤 임 병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포위망에 접근해 체포조가 10여발을 쏘았지만 이후 날이 샐 때까지는 양측 모두 어떤 움직임도 없이 고요한 밤을 보냈다.

군이 날이 샌 뒤부터 본격적으로 임 병장과의 접촉에 나섰다. 임 병장은 전날 밤 총격전이 있었던 곳에서 가까운 고성군 금강산콘도 500m 서쪽에 있었다. 사건이 발생한 GOP에서 동쪽으로 7㎞ 떨어진 곳이다.

군은 오전 8시부터 임 병장을 10여m 앞에 두고 접촉을 개시했다. 임 병장은 이들에게 아버지와 통화하겠다며 휴대전화를 건네달라고 했고, 군은 전화기를 던져줬다. 임 병장은 이후 아버지와 수차례 통화했다. 체포조는 또 임 병장에게 빵과 물, 전투식량 등을 제공하면서 “말 못할 사연이 있으면 나와서 말해라. 다 해결된다”는 등의 말을 건네며 투항을 권유했다.

군이 임 병장을 설득하는 사이 근처에서는 아군끼리 오인사격이 발생했다. 오전 8시40분쯤 발생한 오인사격으로 22사단 진모 상병이 우측 관자놀이에 총알이 스치는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후송됐다.

군이 더 적극적인 체포 작전을 펼치지 못한 데에는 해당 지역이 미확인 지뢰 지대이고 짙은 안개와 벼락을 동반한 소나기로 감시장비와 정찰헬기 동원이 제한된 점도 고려됐다.

◇7시간 설득에도 자살 시도=군이 오전 8시부터 투항을 권유했지만 임 병장은 말을 듣지 않았다. 임 병장은 발견 당시 다리를 절고 말귀를 잘 못 알아듣는 등 심신이 미약한 상태였다. 오전 11시25분부터는 임 병장의 아버지와 형 등이 현장에 도착해 설득 작업에 들어갔다. 임 병장은 가족에게 극도의 불안한 심정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부모와 형이 임 병장과 7∼8m 떨어진 거리에서 투항을 권유했다”고 전했다.

가족과 군 당국은 임 병장을 안심시키려고 애썼지만 오후 들면서 임 병장은 더욱 더 자포자기 상태가 됐다. 그러다 오후 2시55분쯤 갑자기 자신의 K-2 소총을 왼쪽 심장 근처에 쐈다. 임 병장은 바로 고꾸라졌고 주변 군인들이 달려가 그의 신병을 인수한 뒤 병원으로 후송했다. 군은 고성 지역에 발령했던 ‘진돗개 하나’를 오후 3시30분 해제했다.

손병호 기자, 고성=서승진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