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닷컴서 잘 나가는 한글 소설

입력 2014-06-24 02:36
미국 아마존닷컴에 판매되고 있는 한국출판사 열림원의 전자책들. 아마존닷컴은 한국 진출도 서두르는 중이다. 아마존닷컴 화면
아마존 전자책 킨들2
미국 아마존닷컴에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 출판사가 낸 한글 전자책이 대거 거래되는 것이다. 검색 역시 영어가 아닌 한글로 가능하다.

23일 출판계 등에 따르면 아마존닷컴에 한국책 거래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은 지난 3월 이후부터다. 3월 한 달 동안 살림출판사가 인문교양 시리즈인 살림지식총서 시리즈 등 380여권을 올린 데 이어 토기장이, 성서원 등 국내 출판사들이 앞 다퉈 전자책을 판매하고 있다.

열림원도 지난달 17일 하루 동안 최인호의 ‘해신’, 박완서의 ‘노란집’ 등 국내 대표 작가들의 소설과 에세이집 등 30권을 아마존닷컴에 올렸다. 현재 총 6개 출판사의 600여권이 아마존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국어 전자책이 70권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괄목할 수치다.

아마존닷컴에 진출한 출판사들은 미국 등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 동포들을 대상으로 판매한다고 설명했다. 판매를 위해 아마존닷컴에 ‘킨들 디렉트 퍼블리싱(KDP)’ 형태로 책을 올린다고 했다. KDP란 저자와 소형 출판사들이 자유롭게 아마존에 전자책을 올릴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이다.

하지만 아마존닷컴에서 책 판매대금 정산을 하려면 미국 사업자등록번호(EIN)와 미국 내 통장 계좌가 있어야 한다. 국내 출판사들의 이런 어려움을 해결해 주기 위해 한국이북이 판매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아마존닷컴에 전자책을 올린 출판사들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출판사별로 하루 평균 10권씩 팔고 있다. 국내 전자책 서점에선 하루 5권도 팔기 어려웠다. 연간 2조원 규모의 국내 출판시장이지만 전자책 비중은 3% 미만이고 전자책 전용 단말기 판매량도 10만대 수준에 그치고 있다.

열림원 관계자는 “의외로 문학책이 잘 팔리고 여행 서적을 찾는 사람도 많다”면서 “하루에 40권 이상 팔린 적도 있어서 놀랐다”고 말했다.

한국이북 김용환 대표는 “반응이 좋아 이달 말부터 미국 현지에서 본격적으로 홍보에 들어갈 예정”이라면서 “앞으로 판매가 더 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출판계에선 아마존이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해 한국이북을 앞세워 현지 교포들을 상대로 테스트를 시작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출판사와 작가 개인이 책을 올리도록 한 유통방식임에도 아마존이 대행업체에 KDP를 허용했다는 건 눈여겨 볼 대목이라는 설명이다.

한국에서 자사의 전자책 단말기 킨들을 판매하기에 앞서 한국어 전자책 확보에 나섰다는 해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KDP를 통해 아마존닷컴에 책을 올리려면 아마존의 엄격한 콘텐츠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살림출판사 관계자는 “개인 블로거가 블로그에 우리 책의 내용 일부를 올렸는데, 아마존 측에서 그걸 삭제하지 않으면 책을 판매해줄 수 없다고 연락해 오기도 했다”며 검증의 깐깐함을 에둘러 표현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