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어선 잇단 동해 표류, 수산물 증산 강요 때문?

입력 2014-06-24 02:18
북한 어민이 동해에서 표류하다가 우리 당국에 또 구조됐다. 한 달 새 벌써 세 번째다.

정부는 23일 “지난 16일 동해 독도 인근 해상에서 고장 난 소형 오징어잡이 어선에 탄 북한 주민 1명이 구조됐다”고 밝혔다. 20대 남성인 북한 어민은 정부합동신문 과정에서 남측에 귀순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이 남성의 귀순 희망에 따라 북한에 별도의 공식 통보는 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처럼 북한 어민들이 동해 먼 바다에서 표류 중 우리 측에 구조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달 31일에도 경북 울릉군 관음도 북방 0.8㎞ 해상에서 엔진 고장으로 표류 중이던 목선이 발견돼 선원 3명이 구조됐다. 2명은 귀순하고 1명은 본인 의사에 따라 북한에 돌아갔다. 지난 13일에는 독도 동북쪽 60여㎞ 해상에서 침몰 중이던 북한 소형 어선이 발견돼 선원 5명이 구조됐다. 이들은 모두 희망대로 북한에 송환됐다. 앞서 3, 4월에도 표류 중인 북한 어선을 돌려보낸 적이 있으나 그때는 동해가 아닌 서해였다. 당시 남측으로 귀순을 희망하는 선원은 아무도 없었다.

정부는 동해에서 북한 어선의 표류 사고가 잇따르는 게 북한의 수산물 증산 계획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지난해 말부터 인민생활 향상 차원에서 ‘먹는 문제’ 해결을 위해 수산업을 강조해 왔다.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김 제1비서의 수산업 관련시설 방문도 부쩍 늘다보니 관련 부서에서 목표달성을 하기 위해 무리하게 조업을 하는 게 아닌가 추정된다”며 “특히 6월부터 동해에 오징어 어장이 잘 형성돼 북한의 소형 어선까지 위험을 무릅쓰고 출항했다가 조난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구조자 중 귀순 사례가 발생하면서 동해 표류가 또 다른 ‘탈북 루트’로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부 관계자는 “성공 확률이 낮기 때문에 추세로 보기 어렵다”며 “주로 홀몸인 20, 30대가 귀순하며 가족이 있는 40대 이상은 대부분 북한으로 돌아가길 원한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