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신매매 히어로’라는 큰 상을 받게 돼 무한한 영광입니다.”
미국 국무부로부터 한국인 최초로 ‘2014 인신매매 척결 영웅’상을 수상한 고명진(44) 서울시 다시함께상담센터장은 23일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이 상은 미 국무부가 연례 인신매매 실태보고서를 내놓을 때 인신매매 척결에 기여한 개인들을 선정해 수여하는 것이다.
고 센터장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 벤 프랭클린 룸에서 존 케리 국무장관으로부터 다른 국가 출신 9명과 함께 인신매매 척결 영웅상을 받았다.
미 국무부는 “고 센터장은 지칠 줄 모르는 활동가로, 10대 가출 소녀들이 매춘과 성매매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365일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하는 특별부서를 센터 내에 설치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또 지난해 이 부서를 설치한 이래 지금까지 대면, 전화, 온라인 등을 통해 약 1만명에게 상담을 제공했다고 덧붙였다.
고 센터장은 소감문을 통해 “인신매매는 ‘현대판 노예제’라는 말에서도 느껴지듯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있어 마주 대하기에는 너무 어둡고 무거운 전근대의 유령과도 같은 현실”이라며 “특히 식민경험과 전쟁의 흉터처럼 대한민국에 뿌리내린 성매매는 빠른 경제성장과 사회변화의 그림자와 같이 부끄러운 일면으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2002년 성매매여성 지원단체인 ‘에코젠더’를 설립해 활동하던 그는 2003년 국내 최초로 군부대 대상 성매매 예방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2005년에는 국내 성매매여성 지원단체 중 처음 경기도 파주 용주골 성매매여성 집결지에서 상담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파주여성인권센터 소장, 경기도 아동청소년인권위원 등을 지냈다.
2012년 다시함께상담센터장으로 부임한 후에는 성매매피해자 인권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 성매매피해자 지원을 위한 판례집 등을 발간했다. 특히 지난해 4월에는 ‘가출 청소녀(女) 성매매 방지 특별전담실’을 설치해 운영 중이다. 지난해 센터는 성매매피해자 상담 및 구조지원사업 4737건, 성매매여성 집결지 등을 찾아가는 현장상담 1만4811건을 실시했다.
고 센터장은 “법 제정을 통한 국가적 대응과 시민단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이 여전히 인신매매 공급지, 경유지, 도착지로 기능하고 있는 점은 인신매매 근절에 있어 의식 변화의 중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하는 지점”이라며 “이번 수상이 더 많은 사람들이 변화에 동참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
“한국 빠른 경제성장의 그림자… 성매매 근절 동참하세요”
입력 2014-06-24 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