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월호 국회 국정조사 힘겨루기 꼴불견이다

입력 2014-06-24 02:54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2개월하고도 1주일이 지났다. 6·4지방선거와 월드컵, 또 다른 사건·사고들에 묻혀 그날의 참상은 국민들의 뇌리에서 점점 잊혀져가고 있다. 그런데도 침몰 사고의 진상규명은 답답할 정도로 더디다. 검찰 수사는 선원들의 잘잘못만 가려냈을 뿐 해양수산부와 해경을 포함한 관계 당국의 책임 방기와 무능에 대해서는 진상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사고의 핵심 배후인 유병언씨의 경우 체포되지 않아 그에 대한 조사는 사실상 스톱된 상태다.

국회 국정조사도 마찬가지다. 여야는 6월 임시국회를 ‘세월호 국회’라 명명했었다. 사고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했지만 성과물은 아직 아무것도 없다. 국정조사특위는 활동을 시작한 지 20일을 넘겼음에도 기관보고 일정에 발목이 잡혀 제자리걸음만 계속해 왔다.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오로지 국리민복만 생각하겠다던 정치권의 다짐은 허언(虛言)이 돼버렸다.

여야의 힘겨루기 과정을 들여다보면 과연 국회에 조사를 맡길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양측은 기관보고 시기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새누리당은 가급적 빠른 시기에, 새정치민주연합은 7월에 하자는 입장을 보였다. 미니 총선이라 불리는 7·30재보선을 의식한 당리당략을 드러낸 것이다. 논란 끝에 여야는 26일부터 내달 7일까지 기관보고를 받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실종자 구조에 차질이 생긴다며 해수부와 해경 보고를 내달 1∼2일 진도에서 받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동조하는 야당과 반대하는 여당은 또 맞서 있는 형국이다. 여야는 23일 열린 국정조사특위 전체회의에서 이 문제를 놓고 하루 종일 실랑이를 벌였다. 실종자 가족들이 다소 무리한 요구를 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여야의 협상력에 근본적인 회의를 갖게 한다.

지금 국민이 바라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정확하면서도 조속한 진상규명과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 대책 마련이다.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세운 대책은 자칫 탁상공론이 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내놓은 정부조직개편안을 국회가 세밀하게 점검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새정치연합은 해경 해체와 국가안전처 신설에 대체로 부정적이다. 전문가들 사이에도 의견이 엇갈리는 만큼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야당이 국정조사에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기관보고 시기를 가급적 늦추려는 것이 재보선에 도움을 받기 위한 당략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국회를 운영하면서 희생자 가족들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되 중심을 잡을 필요가 있다. 여당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정치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국정조사 무용론이 나오지 않도록 여야 지도부가 자세를 가다듬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