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전 통해 본 ‘홍명보호’ 3차전 다득점 승리 해법은… 벨기에 뚫어라 꿈은 살아있다

입력 2014-06-24 02:04

16강 자력 진출은 물 건너갔다. 이제 남은 것은 오는 27일(한국시간) 벨기에전에서 다득점으로 승리하는 길뿐이다. H조 가장 강한 상대와 맞붙는다는 점에서 가시밭길이 예상되지만 조별리그 1·2차전을 통해 본 벨기에는 ‘난공불락’의 모습은 아니었다.

벨기에는 23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열린 조별리그 H조 러시아와의 경기에서 후반 43분 터진 디보크 오리기의 결승골에 힘입어 1대 0으로 힘겹게 승리를 거뒀다. 경기 내내 수비 위주의 러시아에 고전을 면치 못하던 벨기에다. 경기에서는 이겼지만 경기력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분명 틈이 존재했다.

러시아는 이 틈을 잘 이용했다. 역습에 취약한 측면 수비수들의 허점을 노려 좌우 측면 을 주요 공격루트로 삼았다. 벨기에 좌우 풀백인 토마스 베르마앨런과 토비 알더베이럴트는 중앙 수비수 성격이 강해 스피드가 떨어지며 자주 뒷공간을 내줬다. 특히 베르마앨런과 교체돼 들어온 얀 베르통언은 크로스 상황에서 상대 선수를 놓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전반 43분엔 순간적으로 러시아 공격수 알렉산드르 코코린을 놓치면서 결정적인 헤딩슛을 내줬다. 아슬아슬하게 골대 옆을 스쳐 지나갔지만 실점과 다름없는 장면이었다. 베르통언은 알제리전에서도 상대 선수를 놓치면서 페널티킥을 허용하기도 했다.

공격에서도 벨기에는 개인기는 뛰어났으나 조직력에서는 러시아를 압도하지 못했다. 에당 아자르나 드리스 메르턴스 등 현란한 드리블과 과감한 돌파로 상대를 위협했지만 러시아의 조직적인 수비 앞에 좀처럼 골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러시아 수비가 모두 다 들어와 있는 상황에서는 이렇다 할 공격을 만들지 못했고 가끔 나오는 역습 상황에서도 세밀한 플레이는 보이지 않았다. 로멜로 루카쿠는 알제리전에 이어 이날도 거의 존재감이 없었다. 루카쿠는 후반 12분 오리기와 교체됐다.

결국 한국의 다득점 승리를 위해선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벨기에의 느린 측면을 뚫어야 한다. 다득점을 위해 공격 일변도의 전술은 금물이다. 수비에 신경을 써 잠그면서 상대 뒷공간을 노리는 전략으로 맞서야 한다. 손흥민과 이청용의 스피드라면 충분히 승산은 있다. 벨기에 공격수들이 알제리 선수들처럼 빠르지 않는 만큼 한국이 러시아전에서 보여준 압박수비를 펼친다면 충분히 벨기에의 황금세대도 막을 수 있다.

마르크 빌모츠 벨기에 감독은 러시아전 후 “한국전에서는 몇몇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고 그동안 뛰지 못했던 선수들에게 출전 시간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벨기에가 이미 16강을 확정지은 만큼 주전 선수들이 상당수 빠질 가능성도 높다. 그렇다면 조직력은 더욱 약해질 수 있다.

나흘 남았다. 이 시간 동안 한국 축구대표팀은 알제리전에서 드러난 수비 조직력을 보완하고 대량 득점을 위한 공격 전술까지 정비해야 한다. 외신은 이미 한국의 16강 탈락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러나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