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빛’ 손흥민… 알제리전서 월드컵 데뷔골

입력 2014-06-24 03:47

손흥민(22)이 울었다. 허리를 숙인 채 잔디 위로 안타까움의 눈물을 뿌렸다.

“전반부터 정신을 바짝 차렸더라면….”

손흥민은 월드컵 데뷔골을 넣었지만 기뻐하지 못했다. ‘손세이셔널’ 손흥민은 23일(한국시간)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리의 베이라히우 경기장에서 열린 알제리와의 브라질월드컵 H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골을 터뜨렸다. 한국이 0-3으로 뒤져 있던 후반 5분 손흥민은 하프라인 근처에서 기성용이 길게 넘겨준 볼을 받아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왼발 슈팅을 날려 그물을 흔들었다.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조금이나마 살린 만회골이었다. 이 골은 손흥민의 월드컵 첫 골이자 한국 축구가 월드컵 무대에서 따낸 역대 통산 30호 골이다.

독일 분데스리가 무대에서 두 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손흥민은 한국을 대표하는 골잡이다. 지난 18일 러시아전에선 3차례 슈팅을 날려 상대 수비수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러시아전에서 손흥민은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했지만 위협적인 움직임으로 ‘맨 오브 더 매치(MOM)’에 선정되기도 했다.

대표팀의 막내 손흥민은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월드컵 첫 골을 넣은 것은 중요하지 않다”며 “골을 넣은 기쁨보다 경기에서 진 슬픔이 더 크다”고 눈물을 흘린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초반에 사소한 실수로 실점을 해서 어려운 경기가 됐다”며 “후반처럼 정신을 바짝 차리고 경기를 했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후회가 남는다”고 착잡한 심경을 밝힌 뒤 또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손흥민에게 평점 7점(10점 만점)을 부여하며 “반짝이는 빛”이라고 표현하는 등 높이 평가했다.

포르투알레그리=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