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드네는 고대 그리스 크레타의 왕 미노스의 딸이다. 미노스왕은 반인반우(半人半牛)의 괴물 미노타우로스 처치 문제로 골머리를 앓다가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는 미궁(迷宮)을 만들어 괴물을 가뒀다. 괴물을 죽이러 온 아테네의 왕자 테세우스에게 첫눈에 반한 아리아드네는 테세우스가 미궁에 들어가기 전 실타래를 건네고, 미노타우로스를 죽인 테세우스는 실타래를 따라 미궁을 빠져 나오게 된다. 여기서 복잡하게 얽힌 문제를 푸는 실마리라는 뜻의 ‘아리아드네의 실타래’가 유래됐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미궁은 도처에 있다. 순탄해 보이던 길도 막상 들어서면 어디로 가야할지, 출구는 어디인지 헤매게 된다. 개인의 삶도, 조직 운용도 마찬가지다.
최근 공공기관 부채 감축을 위해 강도 높게 추진되고 있는 자산매각 또한 예외는 아니다. 지난 2월 말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부채가 많은 18개 공공기관은 2017년까지 9조원에 이르는 자산을 매각해 부채를 감축할 계획이다. 하지만 상황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공공기관 보유자산은 대부분이 ‘부동산’이라는 자산의 내재적 특성, 부동산 시장상황, 그리고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미궁이다. ‘아리아드네의 실타래’가 필요한 이유다.
공공기관 보유자산은 대부분 고유 업무용으로 설계된 공공사옥이거나 사택 등으로 민간 투자자들이 눈독을 들일 만한 오피스 등 수익성 부동산도 아니고 장부가액도 수억원에서 조 단위에 이르는 대규모 자산이다. 소재지 또한 서울 노른자위 땅부터 지방 중소도시, 산간지역에 이르기까지 전국에 산재해 있다. 게다가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자산은 도시계획시설이나 자연녹지지역으로 지정돼 활용도가 떨어진다. 여기에 금융위기 이후 투자자들은 안정적 현금 창출이 가능한 오피스나 핵심 지역의 아파트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한 부채 감축과 지방이전 재원 마련을 위한 부동산이 한꺼번에 쏟아질 경우 어려움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정책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이다.
공공기관의 자산이 투자 매력도가 낮고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해서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가격’이다. 공공기관에서는 ‘헐값 매각’이라는 부담으로 시장 가격, 즉 적정 가격으로 매각하는 것을 꺼리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시장 가격이지 장부 가격이 아니다. 또 하나 생각해야 할 것은 부동산 시장은 다른 상품 시장과 달리 공급자와 수요자 간 정보의 비대칭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많은 공공기관에서 보유자산을 시장에 내놓지만 잠재 투자자들은 한정된 정보를 가지고 지금처럼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선뜻 투자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누군가가 다수의 공급자와 매수자를 연결해주는 촉진자(facilitator) 내지 중개인(agency)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촉진자 내지 중개인은 공공기관 매각 자산의 개별적인 특성과 시장 상황을 고려해 매각 시기를 조절하고 도시계획시설 해제, 용도지역 변경 등을 통해 매각의 실효성과 자산가치를 높이고 연기금과 같은 투자자 유치를 병행해서 적정가 매각을 위한 노력도 해야 한다.
이처럼 공공기관 자산 매각은 누군가가 나서서 교통정리를 해주지 않는다면 미궁으로 빠질 가능성이 크다. 공공기관 부채 감축이라는 정책 목적을 성공적으로 달성하고, 공공기관은 자산 매각의 부담에서 벗어난 가운데 시장 혼란을 최소화해 잠재 투자자들에게 안정적 투자처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공공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한 것이다.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고 자산매각·관리의 전문성과 축적된 경험을 가진 ‘아리아드네가 실타래를 풀어주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허은영 한국자산관리공사 이사
[기고-허은영] 공기업 자산매각 교통정리해야
입력 2014-06-24 0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