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에선 실책이 종합세트처럼 쏟아져 나왔다. 공격에선 기회를 포착해 골로 연결시킬 골잡이가 보이지 않았다. 꼬인 실타래를 푸는 홍명보 감독의 전략도 부재했다. 말 그대로 3무(無)가 빚어낸 ‘포르투알레그리의 참사’였다.
‘홍명보호’는 23일(한국시간)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리의 베이라히우 경기장에서 열린 알제리와의 브라질월드컵 H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조직력과 개인기, 용병술 등 모든 면에서 뒤져 2대 4로 패했다.
◇뻥뻥 뚫린 수비 ‘낙제점’=홍명보호의 수비는 전반 중반부터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다. 우선 전반 26분 중앙수비수 홍정호와 김영권은 알제리 후방에서 날아온 롱패스를 제대로 걷어내지 못했다. 이어 둘 사이를 파고들며 드리블한 이슬람 슬리마니를 따라잡지 못해 너무 쉽게 골을 허용했다.
두 번째 골은 세트피스 수비 상황에서 헌납한 것이어서 더 뼈아팠다. 전반 28분 압델무멘 자부가 코너킥을 올리자 라피크 할리시가 헤딩슈팅으로 연결했다. 김영권이 자신의 마크맨인 할리시를 놓친 것. 세 번째 실점 장면도 첫 번째 실점 장면과 유사했다. 후반 17분 야신 브라히미에게 네 번째 골을 내줬을 때도 한국의 수비형 미드필더는 도움을 줬던 소피안 페굴리를 중원에서 막지 못했다.
그동안 홍명보호의 수비라인은 비슷한 실책을 반복했다. 수비수들의 대인마크가 헐거웠고, 위치 선정이 좋지 않아 상대 마크맨을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홍 감독은 미국 마이애미 전지훈련 때 수비 조직력을 가장 먼저 정비했다. 그러나 한국 수비는 개인기와 조직력으로 무장한 알제리 선수들에게 뻥뻥 뚫리고 말았다.
하석주 프로축구 전남 드래곤즈 감독은 “상대가 초반부터 굉장히 강하게 압박하면서 나오니까 한국은 우왕좌왕하며 걷어내는 식으로 급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리더 없는 홍명보호=홍명보호에 위기 상황을 헤쳐 나갈 리더가 없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선제골을 내줬을 때 누군가 동료들에게 “분발하자”고 외친 선수가 없었다. 주장 구자철은 후반전에 추격골을 넣기는 했지만 전반전에는 주장으로서 동료들의 정신적 붕괴를 막지 못했다. 1998년 이임생, 2002년 황선홍, 2006년 최진철이 붕대 투혼을 보였듯이 그때 누군가 몸을 던지는 플레이로 동료들의 투혼을 이끌어 냈다면 경기 양상은 달라졌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홍 감독의 용병술도 도마에 올랐다. 홍 감독은 박주영을 특혜 논란 속에 월드컵 대표팀에 발탁했다. 골 결정력 부재로 고민하던 홍 감독에게 박주영은 한 줄기 희망이었다. 그러나 박주영은 두 경기 연속 홍 감독과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러시아전에서 박주영 대신 그라운드에 들어간 이근호는 골을 넣었다. 이근호는 알제리전에서도 조커로 투입돼 구자철의 골을 도와 두 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알제리와의 경기에서 박주영과 교체 투입된 김신욱은 장신을 이용한 헤딩패스로 상대 수비진을 위협했다. 과감히 이들을 선발 또는 후반 조기 투입했다면 다른 결과로 이어졌을지도 모른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박주영의 교체 타이밍이 아쉽다”며 “전반에 세 골을 잃었을 때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전술 변화를 따져 보면 후반 시작과 함께 김신욱을 일찍 넣는 것이 좋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지동원과 이근호도 더 빨리 투입해서 경기 흐름을 바꾸는 게 좋았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포르투알레그리=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중앙 수비수 우왕좌왕·최전방 골잡이 실종… 용병술·조직력·개인기 없는 ‘3無 축구’ 참사
입력 2014-06-24 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