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미술관에서 특정 방송 프로그램과 관련된 전시를 하는 것에 찬반양론이 많았지만 ‘우리 미술관이 지향하는 방향과 맞다’고 확신합니다.”
지난 20일 ‘은밀하게 위대하게’ 전을 설명하기 위해 서울시립미술관이 연 기자간담회에서 김홍희 관장이 꺼낸 첫 말이었다. 김 관장이 해명으로 인사말을 시작한 데는 전시제목에 더해진 부제 탓이다. 바로 ‘아트스타코리아 파이널 3’이다.
아트스타코리아는 케이블 채널 스토리온에서 지난 3월 말 선보인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도전자로 나온 15명의 예술가들이 매주 미션에 따라 작품을 만든다. 심사 결과가 좋지 않은 한 명은 탈락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결선에 오른 최종 3인방의 마지막 미션 작품을 지난 10일부터 전시 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시작부터 예술가들을 서바이벌 형식으로 경쟁시키고 예술을 상업적 도구로 이용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논란은 마지막까지 이어져 최종 후보에 3명의 작품을 서울시립미술관이 전시하는 것과 관련, 공공미술관이 사익을 추구하는 대기업 케이블 채널을 지원하는 게 적절하냐는 비판까지 받았다. 스토리온은 18개 케이블 채널과 위성방송 등을 거느린 CJ E&M의 계열사다.
이를 의식한 듯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미술관측과 작가, 방송 관계자 등은 논란을 해명하는데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최종 3인방의 하나인 유병서는 “그들(주류) 안에 들어가고 싶은데 방법을 찾지 못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아트스타코리아도 그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신제현도 “100개 공모전에 출품했는데, 젊은 작가라는 이유로 무기력하게 당했다”면서 “아트스타코리아가 선발 방식이 투명하다는 점에서 권위 있는 공모전도 이를 벤치마킹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관장도 “이 전시는 올 초 발표한 ‘포스트 뮤지엄’의 비전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거들었다. ‘포스트 뮤지엄’이란 신진 작가들의 진입 문턱을 낮춘 미술관을 뜻한다.
신은진 큐레이터도 “예전엔 서울시립미술관에 작품을 전시하려면 추천을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이 기득권자들에게 유리한 미술계 관행을 정면 비판한 것은 칭찬할 만 했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컸던 건 기자간담회 시간의 대부분을 작품 설명보다 해명에 할애했다는 점이다. 작가는 작품으로 말해야 한다는 기본이면서도 중요한 명제를 잊은 듯 보였다.
방송은 지난 22일 최종 우승자를 가리며 끝났다. 신제현이 ‘Trailing, 50일간의 드로잉 퍼포먼스’라는 영상설치 작품으로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구혜영은 ‘기울어진 무대의 진심’이라는 설치미술과 퍼포먼스가 결합된 작품, 유병서는 ‘예술가의 안녕하세요’라는 설치미술을 선보였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줌인! 문화] 서울시립미술관과 ‘아스코’… 공공성과 대중성 사이
입력 2014-06-24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