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 한창입니다. 전통적으로 한국 축구팀은 ‘투혼’을 강조합니다. 이것은 끝까지 투쟁하려는 기백으로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는 자세를 말합니다. 한동안 ‘헝그리 정신’도 강조됐습니다. 배고픔을 모르는 요즘 선수들에게는 잘 어울리는 말이 아니지만 1980년대까지만 해도 가난은 선수들에게 절체절명의 상황을 이겨내게 하는 심리적 방어선이었습니다.
미국 정치인 애들레이 스티븐슨(1900∼1965)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인간은 이상한 종(種)이다. 인간은 신과 자연이 주는 건 풍요로움만 빼곤 뭐든 다 참아낸다. 내가 한 나라를 망치게 하고 싶다면 그 나라에 많은 걸 줘서 무릎을 꿇릴 수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많은 것으로 인해 우쭐해 하면서 탐욕스러워지고 병이 들 것이다.” 이는 물질적 풍요가 사람을 어떻게 나태하게 만들며 교만하게 해서 패망으로 이끄는가를 설명하는 말입니다.
우리는 지금 풍요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사회적 취약계층이 많지만 대부분 과거보다 풍요로운 삶을 삽니다. 그런 우리에게 생긴 병은 정신적 빈곤입니다. 정신적 빈곤은 욕심에서 나옵니다. 더 많은 것을 갖고자 하는 욕심이 정신적 허기를 가져와 탐욕적 삶을 살게 합니다.
신앙인이 가져야 할 허기는 하나님에 대한, 하나님 앞에서의 영적 허기여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물질적 풍요 속에서 더 많은 물질을 갖고자 하는 허기로 가득합니다. 더 큰 집, 더 좋은 차, 더 큰 교회, 더 안전한 노후를 바라보니 우리 눈에 하나님의 언약과 사명에 대한 허기는 좀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신앙인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갈렙정신’입니다. 갈렙은 여호수아의 후계자로서 이스라엘 자손의 가나안 정복과 정착을 위해 큰 역할을 했던 인물입니다. 그는 모세가 가데스바네아에서 가나안 정탐을 위해 파송했던 12지파 대표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가나안을 정탐한 후 10명의 정탐꾼과는 달리 여호수아와 함께 긍정적 보고를 함으로써 출애굽 세대 중 특별하게 하나님의 인정을 받아 가나안 입성을 약속 받았습니다. 하나님의 약속대로 이스라엘은 가나안을 정복하게 되었고, 그 땅에 정착하기 위해 제비뽑기로 땅을 분배하였습니다. 그러나 희한하게도 갈렙은 이미 정복해 놓은 가나안 땅을 분배 받기를 거절했습니다. 도리어 갈렙은 여호수아에게 이렇게 선언합니다.
“그날에 여호와께서 말씀하신 이 산지를 지금 내게 주소서 당신도 그날에 들으셨거니와 그곳에는 아낙 사람이 있고 그 성읍들은 크고 견고할지라도 여호와께서 나와 함께 하시면 내가 여호와께서 말씀하신대로 그들을 쫓아내리이다.”(수 14:12) 이 고백 속의 갈렙정신은 청년 정신이요, 개척자 정신입니다. 당시 그의 나이 85세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것을 자신을 통해 이루실 것을 믿음으로 용감하게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가 이만큼 성장했다고, 대한민국 안에 기독교인이 이만큼 많다고 자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입니다. ‘우리 기독교인들이 이만큼 많은데 왜 기독교를 욕하느냐’고 반문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습니다. 도리어 이 땅에 하나님 나라의 확장과 하나님의 선하신 통치가 이뤄지도록 헌신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것이 곧 갈렙정신으로 사는 그리스도인의 모습입니다.
이규섭 목사 (서울 행복한교회)
[오늘의 설교] 갈렙 정신
입력 2014-06-24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