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얼마나 많은 탐관들이 ‘뤄티쭤관(裸體做官)’을 하고 있는가?”
2008년 7월 초 중국민주동맹의 회원이자 안후이(安徽)성 우후(蕪湖)시 정협 상무위원이었던 저우펑안(周蓬安)은 이런 제목의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 관영 신화통신이 ‘5개년 부패 척결 계획’을 처음으로 발표한 지 열흘 만이었다.
인민망(人民網) 신화망(新華網) 신랑망(新浪網) 등은 이 글을 머리로 올렸고 인터넷에서 뜨거운 화제가 됐다. 저우펑안은 “처자식을 해외로 내보내고 혼자 국내에 남은 관리는 부정하게 끌어 모은 재산을 쉽게 외국으로 빼돌린 뒤 언제라도 훌훌 털고 도망갈 수 있기 때문에 벌거벗은 것처럼 몸이 가볍다”는 의미로 ‘뤄티쭤관’이라는 말을 만들어냈다고 회고했다.
이렇게 해서 ‘뤄관’이란 말은 일상적인 용어로 자리 잡았다. 뤄티는 ‘벌거벗은 몸’, 쭤관은 ‘관리가 되다’란 뜻이다. 중국 검색포털 바이두(百度)는 뤄관을 ‘뤄티관위안(裸體官員·벌거벗은 관리)’의 준말로 풀이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나는 동안 뤄관을 다스리기 위한 대책이 수차례 발표됐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국가예방부패국은 2010년 뤄관 감독을 그해의 중점 업무로 내세웠고, 2011년에 뤄관 등록 관리를 시작했다. 하지만 2012년 3월 중앙기율검사위 부서기이자 감찰부 부장 겸 국가예방부패국 국장인 마원은 “현재 뤄관 수가 얼마나 되는지 집계조차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뤄관은 불법으로 재산을 챙긴 뒤 외국으로 도망갈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당국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고급간부와 초급간부들은 도피하는 나라에 있어서 뚜렷이 구분된다. 고급간부는 캐나다 미국 호주 등 선진국을 주로 선택한다. 이들 국가는 ‘이민국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에 비해 초급간부는 태국 미얀마 말레이시아 몽골 러시아 등 중국 주변국,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등을 선호한다. 생활비가 적게 들 뿐 아니라 숨어 지내기에도 괜찮기 때문이다.
뤄관이 해외 도피에 이르게 되는 과정으로는 몇 가지가 거론된다. 신앙 문제로 위기를 겪게 되는 경우가 그 첫 번째다. 두 번째로는 탐관으로 지목된 뒤 자신에 대한 감독이 허술한 틈을 타 외국행 비행기를 탄다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관리들의 권한이 세기 때문에 여권 위조 등을 통해 비교적 쉽게 도피 길에 오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월드 이슈] 2008년 ‘뤄관’ 용어 첫 사용… “혼자 남은 관리, 벌거벗은 것처럼 몸이 가볍다는 의미”
입력 2014-07-01 0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