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해 12월 열린 ‘전두환 압류 미술품’ 특별 경매는 100% 완판을 기록했다. 지난 5월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한국 작가 작품 47점 중 36점이 추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팔렸다. 낙찰률도 80%나 됐다. 분위기가 달아오른 가운데 국내 양대 경매사인 서울옥션과 K옥션이 지난주 초 진행한 메이저 경매도 높은 낙찰률을 기록했다. 미술시장이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진입한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높지만 반짝 특수라는 시각도 있다.
◇미술시장 잇단 청신호=2007년까지 활황세를 보이던 국내 미술시장은 2008년 미국의 리먼 사태로 글로벌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서 함께 추락했다. 최대 경매사인 서울옥션의 경우 2012년 12월 낙찰률이 52.2%까지 떨어졌다. 지난해까지도 60%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다 해가 바뀌며 지난 3월 첫 실시된 경매에서 낙찰률은 82%(낙찰총액 36억8600만원)로 뛰어올랐다. 미술시장이 정점으로 치닫던 2007년 7월의 86.6%에 육박하는 수치로, 이후 메이저 경매로는 최고 낙찰률을 기록한 것이다.
지난 17, 18일 서울옥션과 K옥션 경매를 앞두고 시장의 기대감은 컸다. 국내 양대 경매사가 하루걸러 메이저 경매를 연 것도 보기 드문 일이었다. 박수근 화백 등 한국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 작품이 무더기로 경매에 나온 것도 관심을 끌었다.
서울옥션 경매는 낙찰률 69%, 낙찰총액 42억600만원을 기록하며 마무리됐다. 3월 경매 낙찰률에는 한참 못 미쳤지만 낙찰총액은 앞질렀다. 특히 지난달 30일 이옥경 신임 대표 취임 후 처음 열린 경매라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다음 날 열린 K옥션 경매는 낙찰률 77%, 낙찰총액 46억2000만원을 기록했다. 서울옥션과 K옥션 대표를 지낸 김순응 아트컴퍼니 대표의 소장품 20점은 100% 낙찰됐다. 마이아트옥션은 26일 오후 5시 200여점을 경매에 부친다.
◇모노크롬의 부상…봄날은 왔다?=이런 시장 움직임에 대해 화랑가는 ‘예상보다 늦었다’는 반응이다. 세계 미술시장은 2008년 리먼 사태로 잠시 주춤했으나 곧바로 회복했기 때문이다. 국내 미술시장 분위기를 띄우는 건 해외 컬렉터들이다. 지난 달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한국 작품들이 선전한 것도 이들 덕분이다. 이우환을 필두로 한 모노크롬(단색화)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 모노크롬이란 1970∼80년대 한국 화단을 주름잡았던 단색조의 독특한 추상회화 양식이다. 국제무대에서 한국미술을 대표하는 브랜드이지만 그동안 저평가돼 왔다. 홍콩 경매에서도 이우환 작품은 2007년 최고가 수준(100호 기준)인 20억원에 근접했다. 정상화 하종현 윤형근 박서보 정창섭 등 대표적인 모노크롬 작가들도 주목받고 있다.
경매업계는 대체로 이런 분위기가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본다. K옥션 이상규 대표는 “2007년 호황기를 주도했던 이우환 김환기 오치균 사석원 김종학 등 5인방의 작품이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며 “박수근 화백의 작품은 탄생 100주년이어서 탄력을 더욱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두환 일가의 압류 미술품 경매가 이슈화하면서 대중들이 경매를 자연스럽게 인식한 것도 호재다.
하지만 경매업계의 한 관계자는 “내수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단순 이슈만으로 미술시장이 살아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낙찰률 쑥쑥… 미술 경매시장에 볕드나
입력 2014-06-24 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