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본이 지난 20일 발표한 고노(河野) 담화 검증 결과를 분석한 결과 ‘담화의 진정성 훼손을 목표로 교묘하게 편집한 보고서’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22일 전해졌다.
정부는 23일 주한 일본대사를 불러 강한 항의 입장을 전달하고 다각적으로 일본의 부당성을 알려 나가기로 했다. 정부 당국자는 “검증 결과는 고노 담화가 역사적 진실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니라 한·일 간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 담화 발표를 전후한 당시 상황을 교묘하게 왜곡 편집했다”고 말했다. 특히 고노 담화 작성에 핵심적 논거가 됐던 위안부 피해자 증언 청취 부분에 대해 ‘청취 전에 이미 담화의 원안이 작성됐다’ ‘마음을 달래주려는 차원이었다’는 식으로 묘사해 의견 청취 자체를 폄하하려 한 흔적이 역력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담화 발표 전 우리 정부와의 접촉에 대해 우리 측은 당시 ‘일본이 알아서 하라’는 입장을 견지했고, 일본 측도 ‘사전협의가 없는 것으로 이해하겠다’는 식으로 언급했는데 이번 검증 결과 보고서는 이런 내용을 의도적으로 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다양한 채널로 대일(對日) 압박에 착수키로 했다. 외교부는 자료를 통한 반박과 일본 측에 대한 직접적 항의, 미국을 통한 우회압박 및 국제사회와의 공조라는 3가지 방향에서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우선 자료의 경우 일본이 검증 결과에서 ‘(고노 담화 작성 당시) 강제 연행의 증거가 없어 피해자 증언 청취 등의 조사에 나서게 됐다’고 언급한 점에 주목해 강제 연행의 직접적 증거 자료를 제시키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준비하기 위해 2012년과 2013년 일본군 위안부 관련 자료를 수만건 조사해 놓은 게 있다”며 “반박할 자료가 충분하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외교가에서는 이병기 주일대사가 차기 국가정보원장에 내정돼 공석 상태인 것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이 대사 임명을 상당 기간 늦추거나 인물의 격(格)을 낮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을 통한 우회 압박을 위해 정부는 24일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되는 한·미 차관급 전략대화에서 고노 담화 훼손 문제를 중요 의제로 다룰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에 나서는 조태용 1차관은 일본이 겉으로는 ‘고노 담화를 계승한다’면서도 교묘한 방식으로 담화의 정신을 훼손시킨 이중적 행태에 대해 상세히 설명할 예정이다.
아울러 유엔과 국제회의 등을 통해서도 일본의 위안부 문제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기로 했다.
손병호 백민정 기자 bhson@kmib.co.kr
한국, 다각적인 대응책 착수
입력 2014-06-23 04: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