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검증 의미없다” 日 내부 비판 목소리

입력 2014-06-23 03:47
일본이 군 위안부의 강제 동원을 인정한 고노 담화 검증 보고서를 공개하자 1993년 담화를 발표했던 당사자인 고노 요헤이 전 관방장관을 비롯한 일본 내 양심 세력의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반면 보수 우익세력은 고노 담화 수정 움직임을 노골화하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의 측근은 검증 보고서 영문판을 제작해 홍보하자고 제안했다.

마이니치신문은 22일 고노 전 장관이 전날 한 강연에서 “군 시설에 위안소가 있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많은 여성이 (위안소에) 있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위안부 모집에 대해 “여러 가지 모집 형태가 있었겠지만 시설에 들어가면 군 명령으로 일했고 돌아가려 해도 돌아갈 수 없었다”며 “그렇다면 강제적으로 이뤄졌다고 보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군 위안부 문제 권위자인 요시미 요시아키 주오대 교수도 “담화 자체를 부정하고 싶었던 것으로 생각된다”며 “담화 작성 경위를 검증한 것은 담화 자체가 의심스럽다는 인상을 주기 위한 것으로 이런 형태의 검증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아베 신조 정권이 극우 야당과 영합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마타이치 세이지 사민당 간사장은 “한국과 중국의 정서를 거스른 일”이라며 검증 작업 자체를 비판했다. 또 공산당의 시이 가즈오 위원장은 “고노 담화를 매장하려는 움직임이 일부 야당에서 제기되자 아베 정권이 영합했다”고 꼬집었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는 “사죄와 반성의 뜻을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며 “담화 정신에 따라 한·일 관계 개선을 도모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렇지만 일본 보수 우익세력은 검증 결과를 근거로 고노 담화를 수정·폐기하자는 공세를 펴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21일 ‘외교적 배려가 사실보다 우선했다’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하고 고노 담화의 수정이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산케이신문은 “강제 연행이 사실이라는 것은 고노 전 장관의 독단”이라고 주장했다.

극우성향 단체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전 부회장인 다카모리 아키노리 국학원대학 강사는 “고노 담화는 역사적 사실을 밝힌 것이 아니라 양국 합의에 의해 만들어진 지극히 정치적 성명이었음이 분명해졌다”고 주장했다.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총재 특별보좌관은 “사실이 명확해졌다는 것만으로도 큰 진전이며 의미가 있다”면서 “위안부 상(像)을 설치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호주와 같은 국가에 영문판을 만들어 사실을 설명하면 좋겠다”고 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