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21일 밤 귀국한 박근혜 대통령이 금명간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거취와 관련된 결단을 내린다. 문 후보자가 박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곧 사퇴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22일 “여론이 가장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지난 18일 “여러 상황을 충분히 검토해 결정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언급은 결국 여론을 최우선시 하겠다는 의미라는 얘기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비서관들로부터 국내 여론 추이와 정치권 기류에 대한 종합적인 상황을 보고받았다. 특히 별다른 일정을 잡지 않고 문 후보자 문제를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 논의됐다.
청와대는 이미 문 후보자와 그의 거취 문제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반영하듯 그동안 인사청문회에서 모든 오해를 풀겠다며 ‘버티기’를 예고했던 문 후보자의 행보도 달라졌다. 그는 21∼22일 이틀간 두문불출했다.
박 대통령의 선택은 두 가지밖에 없다. 지명 철회와 임명동의안 서명 강행이다. 그러나 임명동의안 재가는 현재로선 가능성이 희박하다. 현 시점에서 문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인 국민 여론과 정치권의 목소리를 감안하면 가장 좋은 방법은 문 후보자가 자진사퇴하는 것이다. 그나마 박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임명동의안 재가 또는 철회 결정을 내리기 전에 결국 문 후보자가 자진사퇴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여권 관계자도 “대통령이 지명 철회를 하는 것은 큰 부담”이라며 “문 후보자의 하차가 불가피하다면 자진사퇴하는 형식이 가장 좋을 것”이라고 했다.
현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문 후보자 카드를 밀고 가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세월호 참사 이후 인적 쇄신 차원에서 단행한 개각이 퇴색하기 때문이다. 총리 지명을 강행할 경우 이에 따른 비판 여론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고, 향후 국정 정상화는 더욱 어려워진다.
박 대통령이 직접 지명을 철회한다면 이는 ‘잘못된 인사’라는 점을 그대로 인정하는 모습이 된다. 정치적 부담 역시 대통령에게 돌아간다. 인사검증 주체인 청와대 인사위원장인 김 실장의 책임이 가장 크지만 박 대통령도 부담은 피할 수 없다. 결국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대통령의 지명 철회는 최후의 선택이어야 한다는 게 청와대 내부 기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2006년 전효숙 당시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처럼 문 후보자가 박 대통령에게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박 대통령이 수용하는 방식으로 일종의 ‘중재안’이 선택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헌재소장 지명 절차를 둘러싼 법적 하자 논란을 빚자 전 후보자 본인이 지명철회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논란을 매듭지었다.
박 대통령이 일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재검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논문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 등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동안 문 후보자의 거취 문제에 대해 계속 침묵해 왔던 새누리당 지도부는 청와대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조금 더 지켜보자”고 말했다. 여당 지도부는 박 대통령의 ‘귀국 후 결정’ 언급 이후 말을 아끼고 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문창극 지명 철회는 큰 부담… 자진 사퇴 유도에 무게
입력 2014-06-23 04: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