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익장의 열정이 젊은이의 혈기 못지않다. 배우 이순재(79)와 손숙(70)이 그렇다. 70대 두 원로배우가 연극무대에 나란히 올라 감동과 재미를 선사하며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이순재는 8월 3일까지 서울 대학로 동숭홀의 ‘사랑별곡’에서 삶의 소소한 행복과 사랑을 전하고, 손숙은 29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의 ‘엄마를 부탁해’에서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엄마 역할을 맡았다.
‘사랑별곡’은 2004년 시작된 ‘연극열전’의 다섯 번째 시리즈다. 충남 서산의 한 시골 장터를 배경으로 4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인물군상들의 삶을 통해 정(精)과 한(恨)을 뭉클한 감동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최근 예능방송 ‘꽃보다 할배’로 젊은 세대에게도 어필한 이순재는 ‘사랑별곡’에서 부인의 속을 무던히도 썩이지만 결국에는 용서를 비는 박씨를 연기한다.
1956년 데뷔한 후 58년간 배우생활을 해온 이순재는 “박씨는 이전에 맡아본 적 없는 투박하고 거친 시골영감으로 모처럼 새로운 역할이라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유의 까칠한 말투로 사람을 무안하게 하지만 때로는 따스하게 감싸는 다정다감한 캐릭터로 객석을 휘어잡는다. 맡은 역할마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연구하는 그의 열정 덕분에 연극은 객석점유율 80%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나물을 팔며 남편과 자식을 위해 평생 애쓰지만 죽음을 앞두고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순자 역은 고두심이 맡았다. 이순재와 고두심은 1995년 드라마 ‘목욕탕집 남자들’에서 시아버지와 며느리로 나온 이후 부부로 무대에 서기는 처음이다. 실제 노부부처럼 호흡이 잘 맞는 두 배우의 앙상블도 관객의 박수를 이끌어내는 요인이다. 이순재는 “고두심은 한 번쯤 함께 연기해보고 싶은 상대”라며 “어떤 역도 소화할 수 있는 역량 있는 배우”라고 칭찬했다. 박씨 역에는 배우 송영창이 더블 캐스팅됐다. 관람료 4만5000∼6만원(02-766-6007).
신경숙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엄마를 부탁해’는 2010년 초연 때 ‘엄마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엄마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한 인간, 여성의 인생과 사랑 그리고 가족들의 내적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연극은 평단과 관객의 호응을 동시에 얻으며 객석점유율 90%를 기록했다. 흥행 성공에는 엄마 역할을 맡은 손숙의 힘이 컸다.
4년 만에 돌아온 이번 무대의 주인공 역시 손숙이다. 그는 “앙코르 공연이 아니라 새 작품을 올린다는 느낌이 들어 설레는 기분으로 연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극이 강조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엄마의 이름은 절대 엄마가 아니고 엄마도 여자다’라는 점이다. 관객들이 이 부분을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손숙은 한과 설움을 간직하면서도 강인한 정신력을 소유한 한국 어머니의 캐릭터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여전히 강단 있는 대사와 다양한 표정 연기로 무대에 빠져들게 한다. 연극은 객석점유율 80%를 기록 중이다.
아버지 역에는 관록의 배우 전무송이, 큰딸 역에는 영화와 드라마에서 활동하는 배우 예지원이 각각 맡았다. 손숙과 전무송은 국립극단 시절 함께 활동한 이후 30년 만에 재회했다. 두 배우는 “연극은 부모 자식 뿐만 아니라 노부부의 이야기도 담고 있다. 인생의 지침이 되는 작품이니 많이들 보러 오셨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관람료 3만∼6만원(1544-1555).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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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6-24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