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환율 고시 방법 바뀐다

입력 2014-06-23 02:00

베트남 여행을 앞두고 있던 A, B씨는 여행 경비로 100만원을 환전하기 위해 K은행 지점을 방문했다. 지난 18일 기준 은행에 고시된 환율은 미 달러화의 경우 달러당 1040.9원이었고, 베트남 동화(VND)는 100동당 5.35원이었다. A씨는 별 생각 없이 그 자리에서 100만원을 전액 베트남 동화로 환전 요청해 1869만1589동을 받았다. B씨의 선택은 달랐다. 국내에서 베트남 동화로 환전할 때 은행에서 떼는 수수료율이 매우 높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B씨는 일단 100만원을 달러로 환전해 968달러를 손에 쥐었다. 그런 뒤 베트남 현지에서 동화로 다시 환전해 2052만6723동을 받았다. A씨에 비해 183만5135동, 우리 돈으로 10만원가량을 더 받은 것이다. B씨의 판단대로 베트남 동화 환전 시 수수료율은 10.996%에 달하는 반면 미 달러화 환전수수료율은 1.750%에 불과했기 때문에 생긴 결과였다.

환전수수료는 은행들이 현찰수송수수료(현찰을 공급받는 데 들어가는 각종 비용) 등과 마진을 감안해 자율 결정한다. 이때 달러화나 유로화 등과 달리 국내에서 보편적이지 않은 기타 통화는 수급에 비용이 높아져 현찰 거래 시 수수료가 비싸진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집트 파운드, 브라질 레알, 멕시코 페소 등도 환전 수수료율(현찰 매매 기준)이 10%를 넘고, 대만 달러(8.979%), 인도네시아 루피(6.893%) 등도 수수료율이 높다. 태국 바트와 말레이시아 링기트 등도 환전수수료율이 5%에 가까운 수준이다. 미 달러·일본 엔화(1.750%)나 유로·영국 파운드(1.980%) 등의 환전수수료율과 2.5∼6배 이상 차이가 난다.

문제는 지금까지는 이렇게 차이가 큰 통화별 환전수수료율을 고객이 정확히 알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은행의 환율 고시가 금액 기준으로만 돼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도 이 부분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오는 30일부터 은행의 환율 고시방법을 변경키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변경된 환율 고시에서는 금액 기준과 함께 환전수수료율도 표시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 국민이 자주 찾는 동남아나 최근 여행객이 늘고 있는 남미, 아프리카 등 오지 지역의 현지 통화는 국내 환전수수료가 높은 경우가 많다”면서 “환전수수료율이 고시되면 싼 수수료를 원하는 고객, 수수료를 지불하더라도 편한 국내 환전을 원하는 고객 등 각자 선호에 따라 적절한 환전 방법을 선택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