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관심병사를 GOP 투입… 軍 병력관리 ‘구멍’

입력 2014-06-23 03:49 수정 2014-06-23 04:16

21일 동부전선 최전방 일반소초(GOP)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은 전역(9월 16일)을 3개월 앞둔 병장에 의해 자행돼 충격을 주고 있다. 과거 총기사건 범인은 일병에서 상병까지가 주였다. 특히 그가 과거 'A급 관심병사'였다는 점에서 군의 병력 운용에 총체적인 허점을 드러냈다. '예고된 참사'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 이유다.

가해자 임모(22) 병장은 지난해 1월 28일 해당 부대에 전입했을 때 A급 관심병사였다. 관심병사는 입대 시 군부대 적응에 문제가 있어 관리를 받는 병사로 특별관리대상 A급과 중점관리대상 B급, 기본관리대상인 C급으로 분류된다. A급은 GOP 근무에서 배제된다.

임 병장은 당초 GOP 임무를 지원하는 후방대대에 배속됐다. 하지만 해당 부대가 12월 GOP 경계임무에 투입되자 임 병장도 부대를 따라 철책 부근에 배치됐다. 1개월 전 부대에서 실시한 검사에서 B급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평택대 피어선상담심리원 차명호 원장은 22일 "관심병사의 상태가 개선됐어도 충분한 유예기간을 뒀어야 했다"며 "1개월은 짧아도 너무 짧았다"고 분석했다.

육군이 분류한 관심병사 등급에 따르면 B급이라 해도 자살 우려자인 데다 사고 유발 위험도 있어 지속적으로 군의관 상담과 병영상담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육군 소속 교육기관장 A소장은 "신병도 아니고 병장이 총기 사건을 일으켰다는 것은 충격적"이라며 "더구나 GOP와 같이 총기와 실탄을 휴대하는 지역에 관심병사로 분류된 사람이 투입된 것도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해당 부대는 또 임 병장에게 부분대장이라는 직책도 맡겼다. 내성적인 성격의 임 병장을 격려하고 자신감을 북돋아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도리어 심리적 부담이 됐을 수 있다. 차 원장은 "관심병사라는 것을 알고 있는 동료들로부터 낮은 평가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임 병장에 대한 관리가 소홀해졌을 수도 있다. 육군 관계자는 "관심병사의 등급이 낮아지면 관리가 느슨해진다"며 "병장으로 진급했고 전역을 앞두고 있어 관리에 소홀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총기 관리도 허술했다. 임 병장은 주간 경계근무를 마친 뒤 상황실에 총기를 반납해야 했지만 총기 반납 직전에 사건을 저질렀다.

군은 임 병장을 GOP 부대에 투입한 것은 병력자원 감소에 따른 고육지책이라고 설명했다. 육군 병력이 지속적으로 줄면서 GOP 근무 인원이 모자라는 상황이어서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다. 임 병장이 소속된 22사단에만 A급 300명, B급 500명, C급 1000명 등 모두 1800명의 관심병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은 관심병사에 대해 GOP 근무를 배제했지만 최근 A급 관심병사만 제한하고 있다.

앞서 임 병장은 전날 오후 8시15분쯤 주간 경계근무를 마치고 소초로 복귀하던 중 수류탄 1발을 투척하고 K-2 소총을 난사한 뒤 도주했다. 장병 5명이 사망하고 7명이 부상했다. 군 당국은 '진돗개 하나'를 발령하고 임 병장 수색에 들어갔다. 이튿날 오후 고성군 제진검문소 인근에서 임 병장을 발견해 체포작전을 벌였다. 총격전이 벌어져 소대장 1명이 관통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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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