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P 총기 난사] 충격 피해 도주하는 동료 병사들에 사실상 ‘조준 사격’

입력 2014-06-23 02:14 수정 2014-06-23 04:28

강원도 고성군 동부전선 육군 22사단 최전방 일반소초(GOP)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사건은 임모(22) 병장이 함께 근무하던 부대원들에게 수류탄을 던지고 총격을 가하면서 시작됐다. 임 병장이 도망가던 동료를 향해 '조준 사격'을 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수류탄이 터지고 최초 총격이 발생한 시간은 21일 오후 8시15분쯤. 앞서 임 병장은 오후 2시부터 7시55분까지 주간 경계근무를 섰다. 근무수칙에 따라 이날 야간 근무자와 교대를 마쳐야 하는 시각에 사건이 터진 것이다.

육군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부대 내 삼거리에는 임 병장을 포함해 병사 8명이 모여 있었다. 이들은 각각 근무를 마치고 각 초소에서 소초(생활관)를 향해 내려오는 길이었다. 2명이 1조를 이뤘고 4개조가 만났다. 이때 수류탄 1발과 실탄 75발을 소지하고 있던 임 병장이 갑자기 수류탄을 던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22일 "임 병장이 총격을 피해 도망가는 병사들을 상대로 총을 쐈다. 그리고 다시 30∼40m 떨어진 생활관 안으로 달려 들어가 복도에서 보이는 병사들에게 총격을 가했다"고 설명했다. 삼거리 1차 사격에서 3명이 사망했고 생활관 내부 2차 사격에서 2명이 더 숨졌다. 12명 사상자 중 사망자 전원과 중상자 2명이 총격을 받았고 경상자 5명은 수류탄 파편에 맞았다.

총격 때 다른 부대원들도 무기를 소지하고 있었지만 대응 사격은 일절 없었다. 당시 교대대기 중이던 8명은 무기를 반납하기 전이었다. 왜 대응 사격을 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규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GOP 소초장 강모 중위는 생활관 안에 머물러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학사장교 출신인 강 중위는 예편을 3개월 앞두고 있었다.

임 병장이 5명을 사살하고 부대 남쪽으로 도주한 뒤인 8시20분쯤 사단본부에 상황이 최초 접수됐다. 8시28분 사단에는 위기조치반이 소집됐으며 사단장은 8시36분 고성군 현내읍 마달리 일대 경계에 차단선을 설치했다.

고성군 전체에 선포되는 진돗개 하나는 10시12분이 돼서야 발령됐다. 임 병장이 K-2 소총과 실탄 60여발을 갖고 탈영을 감행했음에도 2시간 가까이 지나도록 민간인들의 왕래가 가능했던 셈이다.

◇임 병장은 누구, 범행 동기는 뭘까?=임 병장은 전역까지 3개월도 남지 않은 이른바 '말년 병장'이었다. 20세이던 2012년 대학교 1학년 재학 중에 입대했다. 2남 중 차남이며 아버지 임모(55)씨는 회사원이다.

육군 관계자는 임 병장이 부대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던 '관심 병사'였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임 병장이 내성적인 성격이다 보니 성격을 밝게 해주기 위해 부분대장을 맡겼다"며 "이후 (부대원들과) 대화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평소 부대원들과 잘 소통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임 병장은 일병 때인 2013년 4월 1차 인성검사에서 '자살 징후'가 있는 A등급을 받았다. 이후 부분대장을 맡아 같은 해 11월에는 B등급을 맞고 '주변의 적극적인 관심과 도움을 주면 극복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총기 사건을 일으켰다.

때문에 범행 동기를 놓고 '계급 열외' 등 부대 내 '왕따'가 원인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원한관계에 의한 것이라는 얘기다. 임 병장이 탄창에 60여발을 남겨두고 10여발만 쐈다는 점에서 무차별 난사한 것이 아니라 도망가는 동료들을 한 명, 한 명 겨냥했을 가능성이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사실상 조준 사격에 가까운 '지향성 조준 사격'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