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선언 그룹 3사, 6개월 성적표 보니… 현대 ‘양호’ 한진 ‘머뭇’ 동부 ‘안개’

입력 2014-06-23 02:04
현대그룹 동부그룹 한진해운은 지난해 말 유동성 위기로 나란히 2조∼3조원 이상 핵심자산을 팔겠다고 선언했다. 약 6개월이 지난 현재 3곳의 구조조정은 큰 속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현대그룹은 신속한 매각으로 목표치에 상당 부분 접근한 반면 동부와 한진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지난해 12월 3조34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발표한 현대그룹은 22일까지 2조1131억원을 조달했거나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목표액의 63.3%를 이행했다. 가장 최근에는 재무적 투자자인 마켓빈티지리미티드와 유상증자 방식으로 약 1140억원의 외자를 유치했다. 앞서도 액화천연가스(LNG) 사업부문 매각으로 1조원을 마련하는 등 팔 수 있는 자산을 부지런히 팔았다. 현재 일본계 사모펀드(PEF)인 오릭스와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인 물류 계열사 현대로지스틱스가 6000억원 이상에 팔리면 구조조정 목표 달성률은 80%까지 올라간다.

반면 동부그룹은 3조원 자구계획안의 핵심인 동부제철 인천공장의 매각이 순조롭지 않다. 협상 대상자인 포스코는 실사를 마쳤으나 재무건전성에 미칠 영향을 따지며 입장 발표를 미루고 있다. 채권단과의 갈등도 표출되고 있다. 최근에는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사재 출연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동부 측은 작년 말 맺은 구조조정 약정을 변경해 동부인베스트먼트에 김 회장의 사재 8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요청했다. 동부인베스트먼트는 김 회장이 지분을 100% 보유한 회사다. 산업은행은 “개인 재산을 지키겠다는 것 아니냐”며 약정대로 동부제철에 지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2조원 이상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한진해운의 경우 자체 자구안은 큰 문제없이 이행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회사를 측면에서 돕는 대한항공은 신용등급 하락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한항공은 에쓰오일 지분을 팔아 지원에 필요한 현금을 마련할 계획이지만 에쓰오일 주가가 작년 말 7만4000원에서 최근 5만5000원대로 떨어졌다. 최대 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와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거래가격에 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