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을 마치고 21일 밤 귀국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순방을 통해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구체화하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들 3개국과 맺은 총 44조7000억원 규모의 경제협력 프로젝트도 자랑거리로 내세웠다. 그러나 국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이유는 분명하다. 내치가 엉망인데 외치만 잘하면 무슨 소용이냐는 외침이다. 외치는 내치의 성과가 뒷받침될 때 더 빛이 나는 법이다. 이 상황에서 국정의 최고 책임자가 나라를 비웠어야 했느냐는 얘기가 나오는 까닭이다. 국민들은 세월호 참사 발생 두 달이 넘도록 소리만 요란했지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는 데 화가 나고 지쳐 있다. 그런데 대통령이 참사 수습을 위해 빼든 카드는 국민의 공감을 얻기는커녕 실망만 안겨주고 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이 태산이다. 정부조직을 개편해야 하고, 관피아 척결을 위한 ‘김영란법’ 제정도 서둘러야 한다. 이 같은 후속 조치들이 원활하게 추진되려면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시급을 다투는 모든 일이 국무총리 등의 인사 문제로 올 스톱 상태다. 이런 식의 국정 운영으로는 눈물의 대국민 담화를 통해 한 그 많은 약속을 실천에 옮기기 어렵다. 문제가 대통령에서 비롯된 만큼 대통령이 푸는 수밖에 없다. 결자해지는 빠를수록 좋다.
지난주 처음으로 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 여론조사에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섰다는 것은 세월호 사고 수습 과정이 국민 기대치에 못 미쳤다는 의미다. 한국갤럽이 지난 17∼19일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긍정 평가는 43%에 그친 반면 부정 평가는 48%에 달했다. 박 대통령 지지율은 줄곧 50% 후반을 유지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40% 후반으로 10% 포인트 가량 떨어졌다. 그래도 부정 의견보다는 긍정 의견이 많았었다.
역시 인사 문제가 민심이 바뀐 가장 큰 요인이다. 박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는 이유로 응답자의 39%가 ‘인사 잘못’을 꼽았다. 이어 ‘소통 미흡’(11%), ‘세월호 사고 수습 미흡’(10%) 순이었다. 잘못된 인사를 바로잡고 더 많이 소통해 세월호 사고 수습에 매진하라는 국민들의 바람이 오롯이 녹아 있다. 해답이 나왔으니 실천에 옮기기만 하면 된다.
총리와 교육부·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을 보면서 인사를 만사(萬事)라고 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정홍원 총리는 엊그제 국회 답변에서 “후보 기준에 대한 국민 눈높이를 낮춰 달라”고 주문했다. 대통령에게 직언을 해야 할 총리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인사 실패가 되풀이되는 것이다. 남 탓하기 전에 적임자를 찾으려는 노력을 소홀히 하지 않았는지 돌아보는 게 순서다. 대통령 앞에는 국가 대개조라는 멀고도 험난한, 그러나 꼭 가야 할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대의를 이루려면 결단을 내려야 한다.
[사설] 부정평가 받은 朴 대통령 국정수습 서둘러야
입력 2014-06-23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