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이면 충분했다.
리오넬 메시(27)가 22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와 이란의 F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마법같은 왼발 슛을 터뜨렸다. 아르헨티나는 이란과의 힘들었던 승부에 1대 0 마침표를 찍었다. 메시는 1차전에 이어 2차전에서도 결승골을 터뜨리며 F조에서 아르헨티나를 가장 먼저 16강으로 올려놓았다.
아르헨티나는 90분 내내 이란의 극단적인 수비 전술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알레한드로 사베야 아르헨티나 감독이 조별리그 1차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의 경기에서 먼저 내세웠던 스리백 전술을 포기하고 메시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4-3-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지만 제대로 공격하지 못했다. 메시 역시 전반과 후반 한 차례씩 프리킥을 얻어냈지만 슛으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90분이 지나고 추가시간에 접어들자 결국 메시가 해결사로 나섰다. 페널티 지역 오른쪽 바깥에서 공을 받은 메시는 현란한 발재간으로 자신을 마크하던 레자 구차네자드를 제친 뒤 그대로 왼발로 공을 감아 찼다. 페널티박스 안에 이란 선수가 8명이나 있었지만 메시는 수비수들 사이로 보인 찰나의 틈을 꿰뚫었다. 공은 예리하게 휘면서 이란 골키퍼의 손을 피해 골대 왼쪽의 가장 깊숙한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패배나 다름없는 무승부로 경기를 마칠 뻔한 아르헨티나를 메시가 구해낸 것이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메시 자신에게도 눈앞에 다가왔던 굴욕을 떨쳐내는 순간이었다. 2경기 연속 ‘맨 오브 더 매치(MOM)’로 선정된 메시는 “이란의 수비가 워낙 두터워서 솔직히 어려운 경기였다”면서 “골이 들어간 것을 알았을 때 매우 기뻤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이어 “16강을 확정했기 때문에 앞으로의 경기에 더욱 집중하겠다”면서 “아르헨티나가 결승까지 올라갈 수 있음을 증명할 것”이라고 각오를 전했다.
메시의 압도적인 개인기에 양국 감독과 선수들도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아르헨티나의 골키퍼 세르히오 로메로는 “메시가 마술 램프를 문질렀고, 우리는 이겼다”고 메시의 득점 장면을 표현했다. 그리고 사베야 감독도 “모든 선수가 승리에 이바지했지만 우리에게는 메시라고 불리는 천재가 있었다”면서 “다행스럽게도 그는 아르헨티나 사람”이라고 극찬했다.
90분을 버티다가 메시의 한 방에 무너진 이란의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도 “메시는 승리를 이끄는 골을 넣었다”며 “그는 위대했다”고 인정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역시 메시!… 아르헨 구한 ‘한 방’
입력 2014-06-23 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