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관심병사 관리부실이 軍 총기사고 또 불렀다

입력 2014-06-23 02:20
또다시 어처구니없는 군 총기난사 사고가 발생했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군 총기 사고로 이번에도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다하던 젊은이들이 희생됐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1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 동부전선 육군 모 부대 GOP(최전방 일반소초)에서 경계근무 중이던 임모 병장이 동료 병사들에게 수류탄 1발을 투척한 뒤 K-2 소총으로 10여발을 난사해 병사 5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 K-2 소총과 실탄 60여발을 소지하고 무장 탈영한 임 병장은 추격하던 수색팀과 총격전까지 벌였다. 이런 참극을 보고 어느 부모가 마음 놓고 자식을 군에 보내겠는가.

군의 총기 사고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사고는 GOP 근무와 병력 운용 등에서 치명적인 문제점을 노출했다. 남방 철책 이남에 설치된 GOP는 적의 침투 징후를 조기에 식별해 주력부대에 경고하고 적의 공격 시 제한된 방어 작전을 수행하는 곳이다. GOP에서는 총기와 실탄을 휴대하다하면서 생활하기 때문에 GOP를 운영하는 부대는 인성검사 등을 통해 일정한 자격과 요건을 갖춘 병력을 엄선해 투입해야 한다. 하지만 임 병장은 전역 3개월을 앞둔 ‘관심병사’였다. 임 병장은 처음에는 A급 관심병사로 분류됐으나 GOP 투입 직전 B급으로 조정돼 철책 근무가 가능했다고 한다.

GOP 근무가 불가능한 A급 관심병사와 달리 B, C급은 근무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이 분류에 허점이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되풀이되고 있는 군내 총기 사고나 자살 사고는 대부분 부대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병사들에 의해 일어난다. 국방부의 최근 조사 결과 군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병사가 10%가 넘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심리상담사는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연대 당 1명의 심리상담사가 2300여명의 병사를 관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대 당 1명 정도가 배치되려면 심리상담사를 적어도 수천명으로 늘려야 하지만 예산상의 이유로 확충이 어려운 상황이다. 각종 사고와 관련한 특수한 상황, 업무수행 능력 문제, 제대 후 직업 선택 등으로 나눠 체계적인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미군과 확연히 비교된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군 부적응 병사들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만들고. 폐쇄된 병영문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신세대들을 위한 조치들도 획기적으로 취해야할 것이다. 그간 각종 사건이 터질 때마다 쏟아놓은 각종 대책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봐야 한다.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땜질처방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군 당국은 또 참극이 재발되지 않도록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희생자 및 부상자 가족에 대한 정부 차원의 필요한 조치도 적극 지원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