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P 총기 난사] 9년 전 악몽 또 그대로… 소 잃고 외양간도 안 고쳤다

입력 2014-06-23 02:30

“과거의 악몽을 다시 꾸는 것 같다.”

21일 강원도 고성 22사단 최전방 일반소초(GOP)에서 5명이 사망하고 7명이 부상하는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하자 군은 9년 전 경기도 연천 최전방 관측소초(GP)에서의 일을 떠올렸다. 특히 군 안팎에서는 대형 총기난사 사건이 반복적으로 터지는 데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총기 사건 방지를 위해 군이 번번이 병영문화 개선과 엄격한 총기관리 대책을 마련했지만 효과가 없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가장 강한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할 최전방에서 총기 사건이 잦은 것은 군 전체의 기강해이로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005년 6월 19일 경기도 연천 503 GP에서는 김모 일병이 동료들이 잠자던 내무실에 수류탄을 투척하고 K-1 소총을 발사해 GP장 김모 중위 등 8명이 죽고 4명이 중경상을 입는 참극이 발생했다. 적과 대치하고 있는 최전방 지역으로 언제 어느 때 적이 도발할지 모르는 긴장감이 높은 곳에서 아군 병사에 의해 병사들이 사망해 충격을 줬다.

당시 김 일병은 다음 근무자를 깨운다며 내무실로 들어온 뒤 경계임무를 수행하고 곤히 잠들어 있던 동료들을 향해 총을 무차별 발사했다. 또 총격을 피해 도피하는 병사를 조준 사격해 살해하는 등 극도의 증오심을 드러내 충격을 줬다. 군 당국은 김 일병이 선임병들로부터 질책과 폭언, 심한 인격모욕을 당한 데 양심을 품고 1주일 전부터 치밀한 계획을 세워 이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군은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해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1년 뒤인 2006년 8월 10일 경기도 가평 현리 육군 모 부대에서도 이모 이병이 동료 병사 2명에게 실탄을 발사해 1명이 숨졌다. 병사 간 갈등이 원인이었다. 또 2008년 11월 23일에는 강원도 철원 최전방소초 내무반에서 수류탄 1발이 터져 병사 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총기관리 소홀로 발생한 사건이었다.

3년 뒤인 2011년 7월 4일에는 인천 강화군 해병대 2사단 해안초소에서 김모 상병이 K-2 소총을 난사하고 수류탄을 터뜨려 부소초장 이모 하사 등 4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고 원인은 집단따돌림과 선임병 및 동료들의 심한 가혹행위였다. 이 부대에 전입온 뒤 종교적인 이유 등으로 괴롭힘을 당해온 김 상병은 탄약고에서 K-2 소총과 실탄 75발, 수류탄 1발을 탈취한 뒤 내무실에 들어가 잠자던 동료들을 조준 사격했다.

군사 전문가 김병기씨는 “전방 소초의 특성을 감안해 총기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병사들의 심리적 안정을 확고히 할 수 있는 근본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이 같은 대형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국방부와 군 당국이 사건이 벌어진 이후 사후약방문 식 땜질 처방만 내놓지 말고 이번에야말로 근원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