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화가 편승 오해 살까봐 심혈 기울여 붓질했어요”

입력 2014-06-23 02:07
‘랄라와 소녀상’
'대화'
‘관심’
1999년 데뷔해 2005년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삼순이를 괴롭히는 장 캡틴 역으로 인기를 모은 배우 김현정(35·사진). 다수의 드라마와 연극, 영화 등에 출연했던 그는 데뷔 10년 만인 2009년 배우 활동을 접었다. 위안부 문제를 다룬 연극 ‘나비’에 5년 정도 출연하며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 있을 때였다. 연기 대신 1년 넘게 심리상담을 받았다.

인형치료법을 병행하던 그는 토끼를 닮은 자신의 내면아이 ‘랄라’를 만났다. 어렸을 때 꿈이 화가일 정도로 그림을 좋아하고 재능도 있었던 그는 연기활동 중에도 틈틈이 그림을 그렸었다. 김현정은 ‘랄라’와의 만남 이후 이를 소재로 동양화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5년간 작업한 그림으로 23일부터 7월 4일까지 서울 종로구 율곡로 아트링크에서 첫 개인전을 연다.

전시를 앞두고 지난 20일 만난 그는 “심리상담을 통해 가장 중요한 것은 내면의 성찰이라는 점을 깨달았다”며 “연예활동을 할 때는 다소 소극적이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컸는데, 지금은 나를 더 많이 보여줄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전시를 열면 ‘연예인 화가 전성시대’에 편승한 게 아니냐는 오해를 살까봐 심혈을 기울여 붓질했다고.

이번 전시에서는 위안부 연극 당시의 의상을 입은 소녀를 그린 ‘랄라와 소녀상’, 얼룩말과 랄라가 소통하는 모습을 담은 ‘대화’, 아이와 랄라가 함께 놀고 있는 ‘관심’, 사다리에 올라 탄 랄라가 십자가를 쳐다보는 ‘바케트 십자가’ 등 20여 점을 선보인다. 마음속 내면아이를 보듬고 보살피는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을 형상화한 작품들이다.

미술과 심리학이 접목된 그의 작품은 독특한 화법(畵法)으로도 눈길을 끈다.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비단을 붙여 수묵이 배어나오게 한 뒤 비단에 다시 그림을 그리는 기법을 고안한 것이다. 그는 “전통이 오히려 낯설게 받아들여지는 시대에 전통과 현대의 어울림을 시도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배우화가’라는 꼬리를 떼고 ‘작가’로 거듭나려는 그의 도전이 기대된다(02-738-0738).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