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야심 찬 2기 내각이 출범도 하기 전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5월 말 안대희 전 국무총리 후보자 사퇴 시점까지 포함하면 벌써 한 달째 인사대란(大亂)이 이어지는 셈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주 내내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3개국을 국빈방문했다. 세계적인 자원의 보고로 손꼽히는 국가들과의 경제협력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였다. 하루에 많게는 10개 이상의 공식일정을 소화하는 강행군이었다 하지만 정작 국내 여론의 관심은 모두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거취에 달려 있었다. 박 대통령 순방을 동행 취재한 기자들 역시 경협 이슈보다 대통령의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 재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했다.
국회의 임명동의·인사청문 절차가 필요한 총리와 국무위원 후보자 지명에는 사후 검증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역대 어느 정부에서나 국회 또는 언론의 서슬 퍼런 검증 공세를 피하지 못하고 중도하차한 인사들이 있었다. 박사논문을 표절한 것이 드러나 낙마한 이가 있었는가 하면, 본인 또는 자식의 병역 문제로 검증 문턱을 넘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부동산 투기 의혹 등 재산 형성과정의 문제 때문에 사퇴한 후보자도 있었음을 국민들은 누구나 알고 있다.
국무총리, 국무위원 후보자들의 중도하차는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한동안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이는 어느 정도 불가피한 수순으로 여겨져 왔던 것도 사실이다. 고위 공직자에겐 그만큼의 도덕성과 책임의식, 자기관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인사대란은 본질이 다르다. 문제인식의 출발점부터 그렇다. 이번 국무총리, 국무위원 인사의 전제조건은 무엇보다 인적 쇄신의 의미가 컸다. 세월호 참사로 무능함을 여과 없이 노출한 공직사회를 개혁하고, 과거로부터 쌓여온 적폐를 청산한다는 것이 대전제였다. 따라서 이번 내각 인사에는 ‘새로운 대한민국’ ‘국가 대개조’라는 거창한 구호에 걸맞은 쇄신의 의미가 담겼어야 했다.
유감스럽게도 현실은 쇄신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졌다. 문 후보자는 과거 발언과 칼럼으로 역사관에 대한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고 사퇴 압력을 받고 있다.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논문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일부 후보자는 2012년 대선캠프 경력이 입각 배경이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국정 운영의 동력을 되살리는 기폭제가 됐어야 할 내각 인사가 오히려 국정 정상화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 돼버린 것이다.
상황이 여기까지 오게 된 이유는 많이 있다. 한층 엄격해진 검증 잣대로 인해 능력 있는 인사도 공직 맡기를 꺼리는 세태도 그중 하나일 테고, 자리에 꼭 들어맞는 흠결 없는 인물을 고르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청와대의 부실한 인사 검증시스템이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공직 또는 행정경험이 전무한 인사를 총리로 지명하려면, 과거 행보는 당연히 검증 대상이 됐어야 마땅하다. 물론 검증하고도 그냥 지나쳤다면 검증 주체의 인식 자체에 더욱 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인사에는 왕도가 없다. 특별한 해법도 없다. 그만큼 모든 일의 기본이고, 원칙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현재 문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과 비판 여론은 시간이 흐른다고 사그라지지 않을 것 같다.
비가 새는 지붕이라면 과감히 뜯어고쳐야 하는 것처럼 박 대통령은 잘못된 인사라면 좌고우면하지 말고 되돌려야 한다. 대통령의 총리 선택은 중차대한 일이다. 국민의 여론 흐름을 무시해선 안 된다. 시급한 국정 정상화와 국가개혁을 위해서라면 비판적인 여론도 기꺼이 수용할 의지가 있어야 한다.
남혁상 정치부 차장 hsnam@kmib.co.kr
[뉴스룸에서-남혁상] 인사대란의 해법은
입력 2014-06-23 0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