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가 전하는 희망 메시지] ⑤ ‘윙어’ 이청용

입력 2014-06-23 02:39

2011년 7월 31일(한국시간)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볼턴 원더러스 소속이던 홍명보호의 오른쪽 날개 이청용(26)이 인생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날이다. 프리시즌 경기 도중 상대 선수에게 ‘살인 태클’을 당했다. 오른쪽 정강이뼈 이중 골절이었다. 난생처음 당한 큰 부상에 그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절망했다. 재기의 희망을 준 것은 월드컵이었다.

◇길거리 캐스팅=1999년 초여름 저녁. 초등학교 5학년이던 이청용은 친구들과 바람 빠진 공을 차며 놀고 있었다. 근처를 지나던 서울 창동초등학교 축구부 코치가 그의 플레이를 유심히 살펴봤다. 그리고는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너, 축구해 배워볼 생각 없니?”

‘길거리 캐스팅’을 당한 이청용은 곧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육상선수 출신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아 스피드가 발군이었다. 그는 조광래 전 FC 서울 감독의 눈에 띄어 도봉중학교 3학년 때 프로행을 택했다.

이청용은 조 감독의 지도를 받아 테크니션으로 변신했다. 2006년 프로 1군 무대를 밟은 이청용은 세뇰 귀네슈(터키) 감독 체제에서 박주영, 기성용과 함께 플레이를 하며 기량이 부쩍 늘었다. 2007년 20세 이하 월드컵과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선전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2009년 볼턴으로 이적한 이청용은 이듬해엔 ‘볼턴 올해의 선수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2010 남아공월드컵에선 아르헨티나전과 우루과이전에서 두 골을 넣으며 맹활약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 리버풀 등 빅 클럽들로부터 러브콜도 받았다. 그러나 ‘살인 태클’이 빅 클럽 이적의 꿈을 앗아갔다.

전치 10개월 진단을 받은 이청용은 이를 악물고 재활에 돌입했다. 한번도 푸념을 늘어놓은 적이 없었다. 이청용은 2012년 5월 그라운드로 돌아갔다.

◇쓴소리 전문 선수(?)=이청용은 체형이 가냘프다. 그러나 누구보다 강단이 있다. 지난해 초 대표팀 분위기가 흐트러졌을 때 쓴소리를 해 기강을 다잡은 선수가 바로 이청용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두 골을 보태면 박지성·안정환(이상 3골)을 넘어 한국 역대 월드컵 최다 득점자가 될 수 있다.

이청용은 러시아와의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90분을 모두 소화하며 한국 대표팀의 1대 1 무승부에 큰 힘을 보탰다. 그는 경기 후 “벨기에는 좋은 팀이지만 못 이길 상대는 아니다”며 승리에 대한 집념을 불태웠다.

포르투알레그리=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