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버림받은 선수가 잉글랜드의 실낱같은 희망마저 짓밟아 버렸다. 2014 브라질월드컵의 최대 이변, ‘코스타리카 돌풍’을 이끄는 주장 브라이언 루이스(29) 얘기다.
원래 코스타리카가 자랑하는 공격수였던 루이스는 프리미어리그 풀럼에서는 부진한 경기력을 보이는 등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 르네 뮬레스틴 감독의 눈 밖에 난 그는 짐을 싸야 했고, 결국 지난 시즌 네덜란드의 PSV 아인트호벤으로 임대돼 뛰었다.
‘죽음의 조’ D조에서 가뜩이나 최약체로 꼽히던 코스타리카에서 루이스를 주목한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루이스는 21일(한국시간)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빗장수비를 뚫고 헤딩 결승골을 성공시켰다. 승점 제물 정도로 여겨지던 코스타리카가 조별리그에서 강호들을 제치고 가장 먼저 16강에 선착하던 순간이었다.
잉글랜드는 이탈리아가 코스타리카를 이긴다는 가정 하에 꺼져가던 16강 꿈을 부여잡고 있었다. 루이스로서는 잉글랜드에서 실패한 한(恨)을 통쾌하게 푼 셈이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8위인 코스타리카는 지난해 12월 월드컵 본선 조 편성이 발표됐을 때 ‘불운의 아이콘’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한결같이 강한 상대인 우루과이(7위), 이탈리아(9위), 잉글랜드(10위)와 같은 조에 묶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세 루이스 핀투 감독은 코스타리카가 대부분 북유럽이나 자국 리그 출신 선수들로 구성됐다는 점을 이용해 조직력을 탄탄하게 끌어올렸다. 5백(수비)을 활용해 강하게 압박하는 한편 공격으로 전환할 때는 좌우 윙백이 빠르게 공격에 가담하도록 했다. 끈끈한 수비와 위력적인 반격 앞에 우루과이와 이탈리아는 힘을 쓰지 못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히어로-브라이언 루이스] 약체 조국 코스타리카 16강 견인 ‘임대 신화’
입력 2014-06-23 0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