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몇날며칠 눈물 훔치며 본 만화가 있다. 울면서 본 만화가 한두 편이리오만 이 만화는 유독 미소와 더불어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슬픔의 끝은 아름다움에 닿아 있으므로 아름다움에도 따뜻함에도 눈물은 나오기 마련이다. 주인공의 헌신과 속 깊은 배려, 현명한 판단과 사랑과 인내, 실천. 조용하고 잔잔한 전개이건만 내 속에 눈물의 샘이 서넛 있었나싶게 진한 감동의 뜨거운 눈물이 마구 올라오던 것이다. 현인(賢人)이나 다름없는 주인공, 안내견 ‘해피’.
중도시각장애인이 된 스물두 살 카오리에게 힘든 훈련 과정을 마친 젊은 해피가 안내견으로 온다. 해피 덕분에 어두웠던 카오리의 삶은 밝아진다. 수의사인 남편을 만나고 아이도 여럿 낳아 사랑이 충만한 가정을 꾸린다. 해피는 아이들의 보모 역할까지도 제대로 해낸다. 해피는 카오리에게 완전하고 완벽한 가족이며 절대적이고 소중한 존재. 그랬던 해피가 늙어 은퇴하며 둘에게는 헤어져야 하는 시간이 온다.
만화 강국의 만화답게 ‘해피’는 치밀한 구성과 전문지식으로 안내견에 관한 정보를 세세히 알려준다. 안내견이 받는 구체적인 교육과정과 희생 인내 사랑으로 점철된 안내견의 숭고한 일생을, 시각장애인이 생활에서 겪는 편견의 벽, 주변의 이해와 도움이 어떤 식이어야 보다 실제적인 도움이 되는가도 알 수 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감격하여 혼자 외쳤다. 예술에는 국경이 없으니까 이 훌륭한 작품은 우리나라 국민도 모두 읽어야 합니다. 강추! 여러분, ‘해피’를 권합니다! 우리의 행복을 위하여!
근래에 안내견과 함께 버스에 타려던 한 시각장애인이 버스기사로부터 당한 폭언과 승차거부 등의 봉변을 인터넷에 올렸다. “어디서 개를 데리고 타려고 하냐.” 안내견이라고 해명하자 “신고해라. 벌금 낼 테니 내려라” “앞으로 개를 데리고 타려면 묶어서 상자에 담아 타라”며 끝까지 시각장애인에게 모욕을 주었다. 게시물을 읽고 분노한 네티즌에 의해 버스회사 홈페이지는 한때 마비가 되었단다.
따뜻한 마음이 없으면 이미 불행한 사람이다. 남의 아픔과 다른 생명에 연민할 줄 모르면 이미 불행한 사람이다. 스스로 행복할 줄 모르면 이미 불행한 사람이다. 이미 행복한 많은 분들은 이미 불행한 사람에게 분노의 질타를 하지 말고 그가 행복해지기를 빌어야 온당할 것 같다. 사실은 아마 그럴 것이다. ‘해피’라면 의당 그랬을 게다.
우선덕(소설가)
[살며 사랑하며-우선덕] 안내견 해피
입력 2014-06-23 0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