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고노담화 검증] 정부 “피해자 아픈 상처 또 건드려…국제사회와 대응”

입력 2014-06-21 03:30
정부는 20일 일본이 고노 담화 검증 결과를 내놓자 “검증 결과의 세부 내용에 대한 우리의 평가와 입장을 별도로 분명히 밝힐 것”이라며 강경 대응 방침을 분명히 했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정부 성명을 통해 “(일본이) 검증이라는 구실로 피해자들의 아픈 상처를 또다시 건드리고 있어 유엔 등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제사회와 함께 적절한 대응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1993년 고노 담화 발표 당시 외교부를 이끌었던 한승주 전 장관도 “고노 담화를 내놓을 때 (일본이) 사전에 우리에게 문안을 통보하고 우리 의견을 받고, 우리가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문제의 성격상 당연히 필요한 조치였다”며 고노 담화를 ‘협상의 산물’로 약화시키려는 일본 측 의도를 일축했다. 그는 특히 “받아들일 수 없거나 사실이 아닌 것을 ‘(한국이) 요구했기에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면 지금의 일본 정부가 과거의 일본 정부를 무시하는 것밖에 안 된다”고 했다.

때문에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일본이 검증 결과 과거 정부의 담화 작성을 재확인한 측면도 있다”며 “일본이 자기 책임을 일부 인정한 점을 역이용해 국제사회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 차원의 책임’을 확실히 따지는 전략을 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 공조에서는 일단 미국 측에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조태용 외교부 1차관은 23∼26일 미국을 방문해 24일 윌리엄 번스 미 국무부 부장관과 전략대화 형식의 회담을 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고노 담화 검증 결과에 대한 한·미 간 의견 교환이 이뤄지게 될 전망이다.

일본이 검증을 명분으로 ‘고노 담화 흠집내기’를 본격화함에 따라 한·일 관계는 다시 최악의 위기상황을 맞게 됐다. 지난해 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하면서 1차로 악화됐던 양국 관계가 ‘고노 담화를 계승하겠다’는 아베 총리의 입장 선회로 반전됐다가 다시 냉각되는 형국이다.

당장 위안부 문제에 대한 양국 외교부 국장급 협상부터 꼬일 공산이 크다. 아베 내각이 외교채널 간 의견 교환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양국 실무라인 간 소통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국제사회에서 검증 결과를 놓고 양국이 일종의 진실 공방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특히 올해는 한·일 국교 정상화 49주년을 맞는 해이지만, 앞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8·15기념사 등에서 우리 정부의 강력한 대일(對日) 성토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벌써부터 제기된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