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중의원 예산위원회 이사회에 보고한 A4용지 21쪽 분량의 고노 담화 검증 결과 보고서에는 한·일 간 문안 조율 상황이 시간대별로 상세히 적시됐다. 보고서는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일·한 간 협의 경위'라는 제목에서 확인할 수 있듯 대부분이 양국 조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고서는 '조정'의 대상으로 △위안소 설치에 관한 군의 관여 △위안부 모집 시 군의 관여 △위안부 모집 시의 강제성 등 3가지였다고 지적했다. 이는 위안부 모집 및 위안소 설치에 관한 일본군과 관헌의 직간접적 개입을 인정한 고노 담화의 핵심들을 다 '의심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그러면서 세 부분에 대해 일본 측이 조사한 내용에는 한국 정부의 '의향과 요망'을 반영할 건 반영했다면서 조정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보고서는 각각에 '한국의 의견' '한국과의 조율을 거친 것' '한국의 의향에 바탕해' 등의 표현을 써가며 한국의 입장이 받아들여졌다는 식으로 기술했다.
아울러 한국 측이 담화 작성 전 "일본에 (위안부 피해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요구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는 내용, 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청취조사 종료 전에 이미 담화 원안이 작성돼 있었다는 내용 등도 명시됐다.
보고서는 담화 발표 전날인 1993년 8월 3일 주일 한국대사관으로부터 '본국의 훈령에 근거해 김영삼 대통령도 일본 측의 안(案)을 평가했으며 한국 정부로서는 그 문안으로 충분하다'는 취지의 연락이 있었다는 점도 공개했다. 그러면서 "이로써 고노 담화의 문구에 대한 최종적인 의견 일치를 봤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고노 담화는 일본 정부의 '자체 조사와 판단'에 기초해 작성됐다고 반박했다. 외교부는 "당시 우리는 (군 위안부 동원의) 진상규명은 교섭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견지했다"며 "그런데도 일본 측의 거듭된 요청에 따라 비공식적 의견을 제시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위안부 동원에 대한 진실 파악에 있어선 '우리 정부의 의견'이 중요했던 게 아니라 당시 조사대상이던 16명의 피해자 할머니들의 증언 그 자체가 어느 의견이나 문건보다도 더 강력한 증거라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도 피해자 증언을 청취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증언 청취를 도와준 우리 정부에 사의를 표명했었다"고 말했다.
일본이 보고서에서 자신들이 설립한 아시아여성기금에 우리 정부가 수용 의사를 밝혔다고 소개한 대목도 사실 왜곡이라고 꼬집었다. 외교부는 "당시 우리 정부는 '일본의 진정한 사죄와 책임 인정이 있어야 한다는 피해자들의 요구를 외면한 채 기금을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데 대해 분명히 반대했다"며 "이런 내용으로 1997년 1월 11일에 대변인 성명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되지 않았다는 인식도 피력했었다고 덧붙였다.
고노 요헤이 전 일본 중의원 의장도 언론과 접촉에서 "국내외 많은 자료와 옛 군인, 위안소 경영자,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 등을 토대로 작성된 것이 고노 담화"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검증팀 대표인 다다키 게이이치 전 검찰총장은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청취 조사는 마지막 단계에서 당사자의 심정을 이해하기 위한 시도였다"면서 "이들의 증언 내용을 추후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 조사가 큰 결함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목적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日 고노담화 검증] 日 “韓 의향에 바탕” 韓 “日 자체판단 따른 것”
입력 2014-06-21 0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