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노 담화에 대한 검증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과 일본유신회, 산케이신문의 합작품으로 볼 수 있다. 검증을 이끌어내기 위해 3자가 주도면밀하게 '작전'을 짠 흔적이 역력하기 때문이다.
강경우익 성향인 산케이는 2012년 12월 말 아베 정권 출범 이후 '고노 담화 작성과정에서 한·일 간에 물밑 협의가 있었다'는 등의 보도와 사설을 줄기차게 쏟아냈다. 이후 우파 진영이 담화 수정 문제를 공론화하며 여론몰이에 나섰고 정부도 입을 맞춘 듯 이에 응했다. 지난 2월 20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우익 야당인 일본유신회 야마다 히로시 의원이 정부를 상대로 고노 담화 검증 의사가 있느냐고 질의하자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검토하겠다"고 발언한 게 검증의 시발점이었다. 사실상 '주문 제작'된 질의인 것이다.
아베 총리부터도 총리 취임 전에 고노 담화 수정 필요성을 여러 차례 제기했었다. 그는 2월 24일 담화 검증 문제를 제기한 야마다 의원을 치하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4일 뒤에는 스가 장관이 고노 담화 검증을 위한 조사팀을 정부 내에 설치하겠다고 공식 천명했다.
우리 정부가 검증 시도에 반발했지만 아베 총리는 "고노 담화 수정 의사가 없다"고 밝히면서 검증은 강행해 나갈 방침을 분명히 했다. 또 예정대로 지난달 다다키 게이이치 전 검찰총장을 대표로 하는 5인의 검증팀을 출범시켰다.
검증은 처음부터 담화 작성과정에서 한국 정부와의 '조율'에 맞춰졌고 보고서 결과도 마찬가지다. 산케이와 우파들이 애당초 요구한 대목이었다. 우파들은 고노 담화가 발표된 1993년 이후 끊임없이 담화의 정신을 훼손하려 했고, 한국 정부와의 조율을 거친 '인위적 산물'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려 했다. 실제로 고노 담화 작성과정을 검증한 인물 중에 역사학자인 하타 이쿠히코씨의 경우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에 상당히 부정적 인식을 지닌 인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는 위안부 망언을 일삼았던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의 망언을 옹호하기도 한 인물이다.
손병호 기자
[日 고도담화 검증] 극우 정치권·언론 ‘검증’ 합작
입력 2014-06-21 0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