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공방의 연속이었다. 일본은 퇴장으로 10명이 뛴 그리스보다 수적으로 우세했지만 그리스의 골문을 열지는 못했다.
일본은 20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나타우의 두나스 경기장에서 열린 조별리그 C조 두 번째 경기에서 그리스와 0대 0 무승부를 기록했다. 일본에는 두고두고 아쉬운 경기였다.
전반 37분 그리스 주장 콘스탄티노스 카추라니스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면서 시종일관 수적 우세 속에서 싸웠음에도 일본은 이를 전혀 살리지 못했다. 일본은 카추라니스의 빈자리를 파고들면서 중원을 장악했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그리스의 수비를 뚫기엔 일본의 공격은 너무 무뎠다. 경기 내내 662차례나 패스를 주고받으며 특유의 세밀한 패스 플레이를 이어갔지만 골을 위한 마지막 ‘킬러 패스’는 없었다.
반면 그리스는 10명이 되면서 공격수 한 명이 줄었지만 기본적으로 수비를 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수비 간격을 촘촘히 하며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순식간에 역습으로 일본을 위협하기도 했다.
후반 들어 일본은 가가와 신지를 투입하며 반전을 노렸지만 골문을 걸어 잠근 그리스의 벽은 높았다. 좌우 크로스와 침투가 잇따랐지만 골로는 연결되지 않았다. 후반 22분 가가와의 침투 패스를 받은 우치다 아스토가 문전으로 골과 다름없는 크로스를 날렸지만 쇄도하던 오쿠보 요시토의 슈팅이 골대 위로 높게 떴다. 전·후반 통틀어 가장 좋은 득점 기회였다.
일본은 결국 68%대 32%라는 압도적인 볼 점유율을 기록하고도 승점 1점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패배 성격이 짙은 무승부였다. 일본 선수들은 경기 후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일본 언론들은 “일본의 축구에서 도무지 골 냄새를 맡을 수 없었다”며 혹평했다.
1무1패를 기록한 일본은 이로써 자력 16강 진출은 힘들어졌다. 일본은 오는 25일 C조 최강팀 콜롬비아를 반드시 이겨야 한다. 기본 전력에서 뒤지지만 이미 2승으로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콜롬비아가 전력을 풀가동하진 않을 것으로 예상돼 기회는 있다.
가능성을 높이려면 그리스가 코트디부아르를 이겨야 한다. 그리스가 코트디부아르를 이기면 일본과 그리스가 1승1무1패로 동률이 되고 골득실로 16강을 가리게 된다. 그리스가 지는 순간 일본의 16강행은 좌절된다.
일본의 주장 혼다 게이스케는 “우리에게 콜롬비아전은 결승전과 다름없다. 살아남기 위해 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압도적 볼 점유율도 허사… 日, 16강 가물가물
입력 2014-06-21 02:01 수정 2014-06-21 15: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