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날씨가 계속되면서 식욕이 떨어지고, 불규칙한 식생활로 속이 쓰린 경험을 대부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럴 때 간밤에 과음을 한 것도 아닌데 이튿날 목으로 신물이 자주 넘어오거나 명치나 식도가 타는 듯 쓰리다면 위식도 역류질환, ‘위식도 역류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위식도 역류증은 대장으로 내려가야 할 위, 십이지장의 내용물이 되레 상부의 식도로 넘어오는 병이다. 보통 위산이 넘어와 속이 쓰리다는 식으로 표현된다. 위식도 역류증이 지속되면 위산 또는 위액에 의해 식도 점막 곳곳이 헐고 염증까지 나타나게 된다.
위식도 역류증 환자들이 늘 목에 뭔가 걸려 있는 느낌이나 가슴이 타는 듯한 통증, 잦은 트림, 신물 올라옴, 신트림, 속 쓰림, 연하곤란(음식물 삼킴 장애) 등과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런 목 불편감은 낮보다 산도가 높아지는 밤에 더 심하다.
위식도 역류증은 주로 식도나 위 연결부위의 하부식도 괄약근이 제 역할을 못할 때 발생한다. 하부식도 괄약근은 식도의 개폐에 관계하는 일종의 밸브 역할을 하는 고리 모양의 근육으로, 평소에는 닫혀 있다가 음식을 먹거나 트림을 할 때에만 열리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이 괄약근의 조임 기능이 느슨해지면 위 속 내용물이 위산과 함께 식도로 역류하게 되고, 그 결과 식도 점막이 헐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진다.
위식도 역류증을 소홀히 다뤄선 안 되는 이유는 병이 단순히 목이 불편한 정도에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위산이 식도를 지나 기도까지 넘어가면 후두염과 천식을 유발해 만성 기침을 달고 살게 되고 목이 쉴 수도 있다. 위 경계부위의 식도 조직이 위 조직처럼 변하는 ‘바렛 식도’가 생기기도 한다. 바렛 식도는 식도암의 위험인자다. 위식도 역류증은 내시경 검사를 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최근 수면내시경의 보편화로 검사 받기가 한결 편해졌으므로 때때로 신물이 넘어오고 목구멍이 타는 듯이 아픈데다 속이 쓰린 증상이 있는 이들은 꼭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위식도 역류증은 내복약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위산 분비를 억제하거나 위식도 운동을 촉진하는 약, 위 점막을 보호해주는 약을 증상에 따라 적절히 조합하는 약물 칵테일 요법으로 두 달 정도면 충분히 다스릴 수 있다.
다만, 위식도 역류증을 장기간 방치한 탓으로 식도가 염증 조직에 의해 좁아지거나(식도 협착) 바렛 식도 등 심각한 합병증이 생겼을 때는 식도확장술 등 수술이 필요하다. 이 경우 수술 성공률은 약 92%다. 중앙대병원 외과 박중민 교수팀이 최근 3년간 국내에서 중증 위식도 역류증으로 수술을 받은 21∼86세 환자 82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다.
위식도 역류증 치료에는 잘못된 생활습관 개선도 중요하다. 위식도 역류증을 막으려면 무엇보다 △밤에 누워서 먹지 말기, △먹고 바로 눕지 않기, △과식 금지 등의 3대 생활수칙을 지켜야 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는 “선천적으로 위산의 역류를 막아주는 식도 괄약근이 느슨한 경우야 어쩔 수 없더라도 과식하지 않고, 식후 2시간 이내 눕지만 않아도 예방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위식도 점막을 자극하는 지방질, 커피, 초콜릿, 술 등을 삼가야 하며 담배도 좋지 않다.
한편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www.ksgm.org)는 23일부터 29일까지 1주일간을 위식도 역류질환 예방주간으로 정하고, 서울 부산 대구 전주 수원 천안 부천 춘천 이리 등 전국 9개 지역 대학병원 19곳에서 위식도 역류증을 주제로 공개건강강좌를 갖는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겪지만 소홀히 여기기 쉬운 위식도 역류증의 예방 및 치료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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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6-23 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