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 빼고는 할 이야기가 없습니다.”
인터뷰 약속을 잡을 때부터 ㈜디자인그룹한 강민서(42·판교 한가족교회 집사) 대표가 한 말이다. 지난 17일 서울 구로구 디자인그룹한 사무실에서 만난 강 대표의 첫마디 역시 다른 게 아니었다. “예수님 외에는 대안이 없습니다. 교회 다니세요?” 부드러운 음성에서 단호한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강 대표는 경기도 남한산성 배나무집(과수원집) 막내딸로 태어났다. 별 어려움 없이 자랐다. 그러다보니 어떤 재능을 갖고 있는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도 모른 채 목적 없이 살았다. 스무 살 때 비로소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 디자인. 데생부터 새롭게 공부를 시작했다. 선배들 밑에서 자잘한 업무까지 몸소 배우며 제대로 경영수업을 익혔다. 그리고 1997년 ‘한문화’ 회사를 설립했다. 성실함 하나로 이뤄낸 회사에 그를 믿고 맡긴 일들이 쏟아졌다. 10여년 만에 서울 을지로에서 강남구 논현동으로 2008년 사업장을 확장 이전하면서 ‘디자인그룹한’으로 사명도 변경했다.
강 대표는 “여기서부터가 진짜 나의 이야기”라며 예수님을 만난 사연을 소개했다. 좀 더 큰일을 해보자며 330㎡(약 100평) 사무실로 옮겼는데, 그날부터 하향세를 탔다. “지금 생각하면 욕심이지요. 건설회사 일이 하나 들어왔는데, 상당히 큰 액수였어요. 주변에서는 마진이 많이 남는 게 좋은 게 아니다, 좀 더 검증해보라고 조언했는데 의견을 무시한 거지요. IMF도 이겨냈고, 그때는 뭐든 자신 있었거든요.”
결국 사기를 당하고 말았다. 여자라고 얕본 건 아닌지, 기막혔다. 1년 만에 전 재산을 잃었다. 집, 자동차 다 팔고, 여기저기 박아뒀던 적금통장, 보험 모두 해약했다. 직원들 월급은 계속 밀렸다. 더 이상 그들을 볼 낯이 없어 사업을 아예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직원들이 그에게 꽃과 케이크를 전하며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줬다.
“가장 절망적인 그날이 제 생일이더라고요. 처음으로 직원들 앞에서 울었던 것 같아요. 대표는 회사 접을 생각을 하는데, 직원들은 서로 조금씩 나누며 다시 일어설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제 모습이 너무 부끄러웠어요. 다시는 회사 접을 생각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요.”
그 무렵 주님을 만난 것이다. 집과 회사 짐을 정리하면서 보관할 곳이 마땅치 않던 차에 강 대표는 시어머니가 출석하던 교회의 컨테이너를 빌릴 수 있었다. 자포자기 심정으로 있는 강 대표를 위해 시어머니는 매일 새벽기도를 다녔다. 그런 시어머니가 안쓰러워 운전기사 노릇을 하며 교회를 왔다갔다 했다. 그렇게 몇 번 다녔는데, 어느 때부턴가 스스로 교회 문턱을 밟았고 두 손을 꼭 모으고 기도드리는 자신을 발견했다.
“예수님 만나고 기도하며 살아온 지난 5년이 제 삶의 전부입니다. 그분을 만나고 완전히 개조됐어요. 꾸미고 화려한 것 좋아했는데, 그런 겉치레를 벗어던졌고요. 무엇보다 남 탓을 하지 않게 됐어요. 오히려 형편이 어려워지니 가족이 하나가 되더라고요. 그게 너무 감사했습니다.”
홍대 근처 10㎡(3평) 남짓한 사무실로 이전했지만 마음은 편했다. 끝까지 자신을 믿고 따라준 세 명의 직원과 열심히 일했다. 기존 거래처를 다 끊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1억, 15억 견적을 써도 100만원 견적과 똑같이 일해요. 오히려 큰 오더가 오면 직원들과 의논합니다. 소통을 하지요. 직원들이 ‘해보자’고 해도 한번 더 기도하고 생각해봅니다. 이젠 욕심부리지 않아요. 저희 직원들이 뭐라고 말하는 줄 아세요? ‘대표님 우리 조금 벌고 조금씩 나눠가져요’라고 합니다. 저를 믿고 따라준 그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해요.”
강 대표는 한 달 전부터 운동화를 신고 지하철로 출퇴근한다. 말이 출퇴근이지, 그는 전도하러 다닌다. ‘예수천국, 불신지옥’만 써서 붙이지 않았을 뿐 병원 백화점 지하철역 등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말씀을 나눈다. 벌써 5명이 교회에 등록했다.
며칠 전에는 분당선에서 바구니를 들고 찬송가 연주하는 시각장애인 할아버지를 만났다. 지하철에서 내리는 할아버지를 쫓아가 하나님을 전했다. 잠시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 할아버지가 강 대표 이름으로 삼행시를 읊었다. “강물같이 흐르는 평강이 임한 자여, 민들레 풀잎 속에서 인생을 살아낸 예수님의 향기여, 석류의 즙처럼 향기가 영원할지어다.” 마지막 ‘서’자를 ‘석’으로 잘못 알아듣고 해준 말이지만 강 대표는 감격하고 말았다.
“헤어지기 전에 할아버지가 ‘하나님의 사람을 만나면 예수님의 향기가 난다’고 말씀하시는 겁니다. 하나님께 눈을 뜨게 해달라고 울부짖어 기도할 수 있었지만 ‘다 눈뜨고 사는 세상, 내가 눈을 감고 이 삶을 이기며 사는 것도 기적’이라고 말씀해주셨어요. 복음 전하려고 운동화 신고 지하철을 탄 저에게 하나님께서 ‘영의 눈’을 가진 할아버지를 보내주신 것 같아요. 저를 격려하고 위로해주시려고요. 저는요 정말 예수님 빼고는 할 이야기가 없습니다.”
강 대표와의 인터뷰는 한 편의 메시지를 듣는 것 같았다. 그의 사무실에는 ‘축복의 기업’ ‘믿음의 기업’이라고 쓴 액자(사진)가 선명하게 걸려 있었다.
◇강민서 대표 △1972년 경기도 광주 출생 △97년 '한문화'로 회사 설립 △2008년 '디자인그룹한'으로 사명 변경 및 서울 강남구 논현동 확장 이전 △2009년 잡지 사업 등록 △2010년 4월 교육잡지 월간 '메모리즈' 창간호 발행 △2011년 서울 구로구 구로동 사업장 확장 이전 △2012년 사랑나눔캠페인 홍보위원 위촉 △2012년 희망나눔 기업 선정 △2014년 대한적십자사 서울특별시지사 사회공헌기업 협약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기독여성CEO 열전] (23) 강민서 디자인그룹한 대표
입력 2014-06-23 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