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日 반대 속 동해상 사격훈련 강행

입력 2014-06-21 02:32

20일 오전 9시20분쯤 독도 인근 경북 울진 죽변항 동쪽 해상.

“총원, 전투배치! 전투배치!”라는 긴박한 외침에 따라 초계임무수행 중인 대한민국 함정들에 비상이 걸렸다. 광개토대왕함(3200t급)이 전투정보실 레이더에 수중 물체가 잡히자 적 잠수함으로 판단하고 해상전투단 전 함정에 전투배치명령을 내린 것이다.

함정들은 즉각 대잠(對潛) 전투대형으로 포진했고, 대잠해상초계기(P-3CK)는 저고도 비행으로 탐색에 나섰다. 광개토대왕함에 있던 해상작전헬기 링스도 쏜살같이 출격했다. 동시에 적 잠수함이 쏜 것으로 보이는 어뢰가 초계함 원주함(1200t급)을 향해 빠른 속도로 접근했다. 원주함은 즉각 회피기동을 한 뒤 어뢰발사 지점에 국산 경어뢰 ‘청상어’를 응사했다. 2004년 실전 배치된 청상어는 길이 2.3m, 지름 32㎝, 무게 280㎏, 시속 83㎞로 항속거리가 9㎞에 달한다. 오전 9시47분쯤 청상어가 목표물을 명중했다는 보고가 전투정보실에 들어왔다.

잠시 뒤 적 수상함이 고속으로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해 남하했다. 광개토대왕함은 “적 수상함 다수 남하 중! 유도탄 발사 준비”라는 명령을 내렸다. 다음 달 실전 배치될 유도탄 고속함 박동진함(450t급)에서 국산 함대함 유도탄 해성이 150여㎞ 떨어진 곳에 있는 적 함정을 향해 날아갔다. P-3CK도 공대함 유도탄 하푼을 발사했다. 적 함정으로 활용된 폐어선들은 집중포화에 침몰됐다.

해군이 실시한 전투탄 실사격 훈련은 이처럼 실전을 방불케 했다. 훈련은 북한의 잠수함과 수상함 침투에 대비해 이뤄졌으며 함정 19척과 P-3CK 2대, 링스헬기 1대가 참여했다. 최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동해안 기지에서 로미오급(1800t급) 잠수함에 탑승하며 전력을 과시한 것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실시됐다.

이 때문에 통상 함대사령관이 지휘하던 이전 훈련과 달리 황기철 해군참모총장이 직접 진두지휘했다 황 총장은 “적 잠수함이 도발하면 끝까지 추적해 수장시키라”고 강조했다. 박기경 해군 1함대 제1해상전투전단장(해군준장)은 “동해는 잠수함의 천국으로 불리지만 적에게는 잠수함의 무덤으로 만든다는 각오로 확고한 대비태세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일본은 19일 독도 주변의 자신들 영해가 훈련구역에 포함됐다며 중지를 요구했지만 군은 계획대로 훈련을 감행했다. 군 관계자는 “이곳은 우리 군이 일상적으로 훈련을 해온 곳”이라며 “일본의 가당치 않은 요구를 수용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