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끝 모를 부동산 경기 침체에 일감 뚝… 이사업계 한숨만 한짐

입력 2014-06-21 02:01

대전에서 2.5t 이사트럭을 모는 김태환(51)씨는 요즘 일거리가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2년 전만 해도 하루 3건씩 주문이 밀려들었지만 지금은 하루 1건도 일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사비용도 예전보다 20%가량 낮췄는데 얼어붙은 부동산 경기 탓에 일감이 뚝 떨어졌다. 김씨는 20일 “예전에는 대전에서 경기도 오산까지 포장이사를 하면 50만원을 불렀지만 지금은 40만원에도 그냥 나간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부동산 경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으면서 한숨짓는 이사업체가 늘고 있다. 이사비용은 1∼2년 새 20∼40%나 하락했다. 1t짜리 간단한 원룸이사는 서울에서 대전까지 18만원이 시세였지만 최근에는 10만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업주들은 이동에만 왕복 4시간이 걸리는데 기름값 8만원에 통행료와 인건비 빼고 나면 남는 게 없다고 하소연한다.

이사 수요는 매년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6∼2007년 900만명이 넘었던 인구이동은 지난해 741만2000명으로 급감했다. 업체들의 체감 경기는 더욱 얼어붙었다. 통상 서울 마포구에서 강동구까지 105.78㎡(32평) 아파트 이사를 하면 150만원 안팎이었지만 최근에는 120만원 수준으로 하락했다. 사다리차 비용과 인건비, 각종 자재비와 차량유지비를 제외하면 수익이 5분의 1로 줄어든다. 서울 강동구의 한 이사업체 대표는 “예전에는 직원도 두세 명 데리고 일했는데 지난해부터 점점 줄이기 시작해서 이제 나 혼자 한다. 바쁠 때만 사람을 쓴다”고 말했다.

이사물량이 줄자 업체 간 가격 덤핑 경쟁도 시작됐다. 최근에는 화물운반업체까지 이사업종을 병행하면서 ‘출혈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화물업체의 경우 포장비용 없이 운반비용만 계산하다 보니 가격이 절반 수준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이사업체를 운영하는 김모(43)씨는 “경쟁이 치열해 신생 업체나 서비스가 별로인 곳은 가격 덤핑을 한다. 제 살 깎아먹기라고 보면 된다”며 “이사 건수는 늘지 않는데 기름값 같은 비용은 계속 오르니까 점점 힘들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모준 서울시 이사화물주선사협회 부장도 “허가증이 없는 업체들도 포장이사를 해서 이사 업체들 사이에 마찰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힘든 육체노동 탓에 젊은층이 외면하면서 업계 인력은 나날이 고령화되고 있다. 서울 강남구 한솔익스프레스의 허모(50·여)씨는 “요새 젊은 사람들은 이사업계에서 일하려 하지 않는다”며 “우리 회사도 가장 나이 어린 직원이 40대 초반”이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젊은 ‘짐꾼’들은 대부분 몽골이나 동남아에서 온 유학생들을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해 충당하며 근근이 버티는 상황이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t 용달 운전자는 50대 이상이 87.4%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평균 연령은 58.4세로 일반화물차(48.5세)나 택배운전자(40.8세)보다 크게 높았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